6월까지는 비축유 등 확보…전쟁 장기화로 7월부터 문제
러도 제재·전쟁 영향 생산 줄어…‘스폿 거래’ 웃돈도 부담
국내 정유업계가 중동사태 장기화로 7월물 원유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입이 중단된 러시아 원유 수입 재개를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원유 감산 결정과 유럽연합(EU) 제재 등 걸림돌이 많아 실제 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2일 “내부적으로 러시아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 러시아를 대체 수입처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 비축유와의 스와프 제도를 통해 6월물까진 간신히 확보했지만, 진짜 위기는 7월부터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과거 적지 않은 원유를 수입했던 러시아에 다시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2020년 645만893t, 2021년 791만5071t 원유를 수입했다. 각각 전체 원유 수입량의 4.9%, 6.1%에 해당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314만5312t(2.4%)으로 급감했고, 미국과 EU의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23년부터는 수입이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현재 러시아 원유 수입은 원론적으론 가능하다. 미국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 제한 일시해제 조치를 한 달 연장한다고 밝혔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의 강력한 요청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운송 거리도 비교적 짧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 러시아 원유 수입은 보통 동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뤄졌다”며 “운송 거리가 짧아 중동산보다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폭격을 이유로 4월 원유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감산량은 하루 40만배럴 수준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감산량”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량을 언제 정상으로 회복할지도 불투명하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의 장기계약 물량이 없어 스폿(현지 거래) 물량을 구해야 하는데 웃돈을 줘야 한다”며 “여기에 생산량까지 줄이면 부르는 게 값일 것”이라고 봤다.
미국이 제재를 잠시 해제해도 EU 제재는 유효하다는 점 또한 러시아 원유 수입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산 원유의 경우 여전히 EU 제재에 따르는 보험과 선박 리스크가 남아 있어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