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든이 사건’ 계기 예방책
6세 이하 영유아 학대 징후 점검
방문 두 차례 거부 땐 경찰 수사
정부가 학대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찾아내기 위해 의료기관 이용 이력이 없는 6세 이하 영유아 약 5만8000명을 모두 조사한다. 부모가 조사기관의 가정방문을 두 차례 거부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2일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성평등가족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영유아·장애아동 중심 아동학대 예방·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생후 4개월 영아가 부모 학대로 숨진 이른바 ‘해든이 사건’ 등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르는 데 따른 조치다. 2020~2024년 연평균 41명인 아동학대 사망자 수를 2029년까지 30명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데이터에 기반한 ‘선제 발굴’이다. 특히 2세 이하 영유아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 통계를 보면 전체 아동학대 발견율은 3.57%인데, 2세 이하는 2.42%로 떨어진다. 반면 최근 3년(2022~2024년)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중 2세 이하의 비중은 46.8%로 절반에 가깝다.
정부는 병원 이용이 필수적인 영유아 시기 특성을 고려해 ‘의료기관 미이용’을 핵심 위기 지표로 삼았다. 오는 5월부터 6세 이하 영유아 전수조사를 2·3분기에 걸쳐 진행한다. 5~7월에는 0~6세 의료기관 미진료 아동과 0~3세 영유아 건강검진 미검진, 정기예방접종 미접종 아동을 조사한다. 7~9월에는 4~6세 미검진·미접종 아동과 1차 조사 이후 의료 미이용 정보가 새로 들어온 아동을 다시 들여다본다. 복지부는 “조사 대상 5만8000여명은 최근 1년간 의료 미이용 정보를 토대로 산출한 추계치”라며 “이후 신규 입수되는 정보에 따라 실제 조사 대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수조사가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지 않도록 실효성도 높인다. 2세 이하 아동이나 기존 학대 이력이 있는 가정을 방문할 때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가 반드시 동행하도록 했다. 부모가 다른 아이를 내세워 눈속임하는 등의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현장 방문 시 현관문 안쪽 사진이나 녹취 등 명확한 증빙 자료를 첨부해야만 ‘대면 점검’을 마칠 수 있도록 절차도 엄격히 바꾼다. 특히 부모가 방문을 거부할 경우 방문 일자를 지정해 재방문하고, 끝내 거부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맞춤형 대책도 별도로 추진한다. 지난해 전체 장애아동 학대 사례(700건) 중 발달장애 아동이 86.9%(608건)를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해 맞춤형 보호와 치료가 가능한 ‘장애아동 특화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확대한다. 또 아동학대 대응체계와 장애인학대 대응체계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이번 대책은 스스로 의사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와 장애아동이 학대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신속히 이행해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