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를 식히는 비가 내렸다. 바닥에 떨어진 철쭉잎은 물기를 머금은 채 계절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비가 내린 지난 20일은 절기상 ‘곡우’이다. 곡우는 봄의 마지막 절기로 비로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며칠 사이 계절은 빠르게 앞질러 갔다. 초여름을 넘어선 무더위가 이어지며 4월 중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얼마 전까지 정리 못한 채 밖에 걸어두던 겨울 외투를 생각하면 참 변화무쌍한 날씨다.
계절과 날씨가 따로 노는 날이 잦아진다. 갑작스러운 더위와 추위는 점점 익숙해진다. 반복되는 ‘역대 가장 더운, 추운’이란 수식어도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절기는 제때를 기억하는 듯하다.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비 사이를 오가며 셔터를 눌렀다. 잠시 멎은 빗속에서 꽃잎은 ‘봄비’를 담고 있었다. 점점 짧아지는 계절을 붙잡듯 한 장면을 오래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