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군 “구조대원에게도 수류탄 공격”
이스라엘은 ‘표적 공격’ ‘구조 방해’ 부인
23일 레바논·이스라엘 휴전 연장 협상
아말 칼릴이 지난 3월 22일 레바논 카스미예 마을의 파괴된 다리 근처에서 취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2차 휴전 협상을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에서 언론인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다.
레바논 국영 NNA 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신문 알 아크바르 소속 기자인 아말 칼릴은 이날 남부 타이리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주택 잔해에 깔려 숨졌다. 칼릴은 동료 사진기자 제이나브 파라즈 등과 함께 탄 차량이 공격을 받자 인근 주택으로 피신했으나, 약 한 시간 반 뒤 두 번째 공습으로 건물이 무너졌다. 파라즈는 몇 시간 후 구조됐지만 칼릴과 다른 2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레바논 적십자사는 주택 잔해에 갇힌 기자들을 구조하려 했으나 이스라엘군이 구조대를 향해 기관총으로 경고 사격을 가해 구조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NNA통신은 이스라엘군이 “구급대가 두 기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고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공습했다”고 전했으며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음향 수류탄까지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타이리에서 발생한 공격이 휴전 협정과 국제인도법을 동시에 위반한 “이중 위반”이라며 “이스라엘군이 언론인을 표적 살해했다”고 규탄했다.
폴 모르코스 레바논 정보부 장관은 엑스에 “우리는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스라엘이 이들의 안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보호와 언론 활동의 자유를 즉각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3월에도 레바논 남부에서 언론사 차량임을 명확히 표시한 차량을 공격해 기자 3명이 사망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3월 초 이스라엘군의 공격 이후 레바논에서 숨진 기자와 언론사 직원은 8명에 달한다. 칼릴은 2006년부터 취재 활동을 해왔으며, 2024년 이스라엘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통해 협박을 받은 적 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칼릴의 죽음에 분노한다”며 “동일한 장소에 대한 반복적인 공격, 언론인들이 피신해 있던 지역을 표적으로 삼은 행위, 그리고 의료 및 인도적 지원 접근을 방해한 행위는 국제 인도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으며, 언론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구조 방해 의혹도 부인했다. 이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건물에서 출발한 차량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사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날 레바논 남부 요흐모르 알샤키프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NNA통신이 전했다. 이날 하루에만 레바논에서 5명이 사망했다. 이는 지난 16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미국의 중재로 열흘간 휴전 협정을 체결한 이후 하루 기준 최다 사망자다.
이번 공격은 23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기한 연장 협상을 하루 앞두고 발생했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며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군사 작전 중단, 레바논 영토 내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대에 정부군 배치를 이번 협상의 목표로 제시했다. 또 오는 26일까지인 휴전 기한의 연장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는 칼릴 등의 사망으로 “불안정했던 휴전 협정이 더욱 흔들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