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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으로 번진 미·이란 전쟁

입력 2026.04.23 18:10

수정 2026.04.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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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만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만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축구의 기원을 둘러싼 여러 설 중 유력한 것이 고대 그리스의 하패스톤(상대진영 구역으로 공을 가져가면 득점하는 경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 경기가 침략자 로마인들을 거쳐 영국에 들어왔고, 11세기 덴마크가 영국을 점령했다가 물러난 뒤 영국인들이 덴마크인들의 두개골로 하패스톤을 하면서 울분을 푼 것이 근대 축구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역사적 앙금이 있거나 갈등 중인 국가들 간 축구 대항전은 민족주의적 정서를 끌어올리고 사람들 마음을 격동시키기 쉬운데, 그건 축구에 각인된 이런 정치적 유전자와 무관치 않을지 모른다.

축구와 전쟁에 얽힌 일화들도 있다. 1982년, 아르헨티나가 영국령인 포클랜드 제도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은 아르헨티나의 참패로 끝났다. 하필 아르헨티나·벨기에의 스페인 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날이 아르헨티나가 항복문서에 조인한 날이었다. 전 대회 우승팀인 아르헨티나는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2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만다.

그로부터 4년 뒤 열린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만났다. 이 경기에선 아르헨티나가 영국을 2 대 1로 눌렀다. 경기는 축구신동 디에고 마라도나의 원맨쇼라 할 만했다. 후반 6분 헤딩하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왼손으로 골을 밀어넣어 심판을 속이더니, 4분 뒤에는 하프라인부터 5~6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68m를 질주해 축구사에 길이 남을 그림 같은 골을 성공시켰다. 축구로 포클랜드전 패전의 복수를 한 셈이었다.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축구경기가 도화선이 돼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파트너십 특사인 이탈리아 사업가 파올로 잠폴리가 지역예선에서 탈락한 이탈리아를 이란 대신 월드컵에 출전시키는 방안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이란 전쟁의 불똥이 오는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으로 튄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올림픽·월드컵을 보이콧하는 경우는 봤어도 개최국이 특정 국가를 오지 말라고 하는 건 처음 본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고, 모든 게 제멋대로인 ‘트럼프 스타일’이다. 이란의 월드컵 참가가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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