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내게 오시네
아룬다티 로이 지음 |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 452쪽 | 2만2000원
인도 케랄라주, 남편과 이혼한 시리아 기독교인 어머니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10대 후반 델리에서 건축설계를 공부했다.
20대에는 우연히 영화감독을 만나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다. TV 시리즈와 영화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실제 성범죄 사건을 피해자 동의 없이 ‘재현’해 전시한 영화를 공개 비판했다가 인도 영화계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아룬다티 로이, 아룬다티 로이 페이스북
일이 끊긴 사이 책을 썼다. 30대 중반,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이 부커상을 받았다. 전 세계가 그의 다음 소설을 기다렸으나 다음 책 <지복의 성자>가 나온 건 20년이 흐른 2017년의 일이다. 그간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도와 세계를 둘러싼 큰 문제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수필을 통해 인도의 핵 개발과 대규모 댐 건설 공사를 반대하고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꼬집었다.
<어머니 내게 오시네>는 이력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작가 아룬다티 로이(65)의 첫 회고록이다. 첫 장부터 독자는 알게 된다. 그 삶에서 가장 범상치 않은 건 그의 어머니 메리 로이였음을.
여자라는 이유로 부자인 외가로부터 그 무엇도 상속받지 못했지만, 본인의 능력으로 학교를 설립하고 일군 어머니. 훗날 주 상속법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끝내 이겨 권리를 되찾은 여성. 마을 사람의 존경을 받았지만, 제 아들과 딸에게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 로이에게 그는 ‘안식처이자 폭풍’이었다.
로이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이 회고록을 쓰기 시작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가 생생한 유년기부터 그를 한동안 보지 않고 지냈던 청년기, 어느 순간 서로의 조력자가 되었던 재회 이후를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린다.
분노와 염치를 안다는 데서 두 여자는 닮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관습에 벗어난 말을 한다는 이유로 ‘금빛 새장’에 가두려는 이들을 가뿐히 무시하고 제 삶을 사는 모녀의 모습이 통쾌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 전지현 기자 jhyun@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