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퇴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미국 방문 기간 만났다는 미국 국무부 인사가 차관보가 아닌 차관 비서실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 대표는 거짓말이 들통나자 “실무상 착오”라고 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느닷없는 방미로 ‘외유성 도피’ 비판을 받더니 급기야 거짓말 논란까지 불러온 것이다. 이게 제 1야당 대표의 행보라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5박 7일 방미 일정을 끝내고 워싱턴 공항에서 귀국 수속 절차를 밟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의 면담 제안’을 받았다며 돌연 일정을 사흘 연장했다. 그러곤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다며 해당 인사의 뒷모습만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 인사는 차관보가 아닌 사라 로저스 공공외교 차관의 비서실장 개빈 왁스로 확인됐다. 장 대표는 24일 “국무부 인사의 직급과 이름을 명확히 밝힐 수 없다 보니 실무상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당초 ‘차관보’라던 설명도 ‘차관보급’이라고 정정했다.
장 대표와 미 국무부의 설명은 정반대다. 장 대표는 미 국무부가 면담 인사와 내용을 비공개로 해달라고했다는데 정작 국무부는 언론 문의에 면담 인사를 공개했다. 게다가 면담 목적이 ‘한국 방문단의 요청’이라고 했다. 장 대표가 차관 비서실장을 만나 무슨 중요한 논의를 했겠는가. 장 대표 스스로 고작 그런 면담을 위해 일정을 연장한 게 얼마나 군색했으면 비밀에 부치려 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 제1 야당 대표가 이렇게 나라 망신을 시켜서야 되겠는가. 미 정부 주요 인사의 면담이 어렵다면 애애초 미국에 가지도 말았어야 했다.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 체제론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전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창당 이후 최저인 15%였다. 민심이 장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참패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오죽하면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포함해 장 대표의 ‘사퇴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이어지고 있겠는가.
장 대표는 이날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고 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건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도, 장동혁 정치도 아니다”라고도 했다. ‘윤 어게인’과 단절하지 못하고, 비판에는 성찰하는 시늉은커녕 입틀막하는 게 ‘장동혁 정치’라면 더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당내에서조차 장 대표를 ‘국민의 짐’이라 자조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장 대표를 믿는다’고 조롱하는데, 장 대표 귀에만 들리지 않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