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왓챠·웨이브·티빙 ‘사자의 은신처’
<사자의 은신처>의 ‘라이온’(사토 타스쿠)은 사자 인형을 좋아한다. TBS 홈페이지 갈무리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공무원 ‘히로토’(야기라 유아)와 동생 ‘미치토’(반도 료타)의 매일은 같은 순서로 담담하게 시작됩니다.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는 미치토는 서투른 어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기만의 루틴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우유를 따를 때는 턱을 책상에 대고 시선을 떼지 않고요. 집을 나서기 전에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진 앞에 앉아 인사를 건네죠.
히로토가 출근할 때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는 미치토는 ‘플래닛 일레븐’이라는 단체의 화방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퇴근한 형이 데리러 올 시간이 되면, 눈을 꾹 감고 숫자를 셉니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형에게는 꼭 “몇 분 지각했다”는 걸 짚어줍니다. 형제는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늘 함께입니다. 같은 곳에서 장을 보고, 같은 곳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돌발 상황을 만나면 패닉에 빠지는 미치토이기에, 형제는 쳇바퀴 돌듯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사자의 은신처> 속 히로토와 미치토 형제. TBS 홈페이지 갈무리
오늘 소개해 드릴 일본 TBS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11부작)는 형제의 집에 처음 보는 꼬마가 숨어들면서 시작됩니다. 사자 인형을 품에 안은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라이온’이라고 말하죠. 우다다다 뛰고, 숨 가쁘게 웃고, 때로는 팩 토라지는 아이는 ‘돌발 상황’ 그 자체입니다. 안전 공간을 침범당했다고 느낀 미치토는 벽에 머리를 거듭 박아대며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동생을 진정시키고, 아이에게 부모님의 연락처를 묻는 히로토는 혼이 다 빠집니다.
<사자의 은신처>는 얼떨결에 시작된 세 사람의 동거기를 담습니다. 히로토는 다음 날 바로 경찰에 아이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아이의 몸에서 시퍼런 멍 자국을 발견하며 흔들립니다. ‘학대당한 아이라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아이를 위한 일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쩐지 아이의 작은 습관들에서 수년 전에 집을 나간 누나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누나가 설마 가해자일까?’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어영부영 세 사람은 소소한 일상을 함께하게 됩니다. 미치토는 서서히 라이온을 제 ‘안전지대 속 인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때 드라마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의외로 ‘범죄 서스펜스’입니다. 아이를 누군가 학대했음을 암시하면서, 형제가 그 가해자의 정체를 알아내게 될 경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복선이 짙게 깔립니다.
<사자의 은신처>에서 미치토와 히로토, 라이온이 함께 아침밥을 먹고 있다. TBS 홈페이지 갈무리
드라마의 미덕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인물이나 아이를 묘사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미치토와 라이온 모두 티 없이 해맑지만은 않습니다. 사고도 치고, 뉘우치기도 합니다. 저는 특히 형제를 둘러싼 마을 및 직장 사람들이 미치토와 라이온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주고, 혹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드라마 속에 가득하거든요.
히로토는 그동안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왔던 것들을 되돌아봅니다. 동물을 잘 아는 미치토가 강가의 새를 보고 “저건 괭이갈매기”라고 말했을 때, 히로토는 “여긴 바다가 아니라”라며 웃어넘기는데요. 그때 미치토는 이렇게 답합니다. “바다가 아니어도 괭이갈매기는 괭이갈매기입니다. 괭이갈매기도 자유롭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훗날 히로토는 고민하죠. ‘내가 지키려고 했던 건 미코토일까, 나일까.’
<사자의 은신처>라는 제목만 봐서는 ‘라이온’이라는 아이의 은신처가 되어주는 어른들의 이야기로 짐작하기 쉽지만, 세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은신처가 되어줍니다. 강하기만 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를 믿고 한 발 내디뎌보자는 응원을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웨이브, 티빙, 넷플릭스,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자의 은신처> 라이온이 사자 인형을 베고 자고 있다. TBS 홈페이지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