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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음악이며 내용이 모두 익숙하다.

카르멘은 만사니야를 여러차례 이야기하는데, 왜 아무 술이 아닌 만사니야를 꼭 집어 언급했을까.

메리메가 쓴 원작 소설에도 카르멘은 돈 호세와 함께 만사니야 한 병을 사는 장면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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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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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박경은의 클래식 샛길

카르멘은 왜 만사니야를 권했을까

입력 2026.04.26 12:41

수정 2026.04.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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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메조소프라노 알리사 콜로소바가 ‘카르멘’을 연기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지난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메조소프라노 알리사 콜로소바가 ‘카르멘’을 연기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음악이며 내용이 모두 익숙하다. 스페인 세비야의 담배 공장에서 일하는 집시 여인 카르멘은 주체적이고 자유분방하다. 오페라 초반부, 동료들과 싸워 구금된 그가 탈출하기 위해 돈 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아리아 ‘세기디아’는 관능적이고 치명적이다. 관객 역시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재간이 없다.

지난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의 연주로 무대에 오른 오페라 <카르멘>에서 주인공 카르멘을 연기한 메조 소프라노 알리사 콜로소바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세기디아’를 노래했다. “내 친구 릴라스 파스티아의 선술집에서 세기디아를 춤추고 만사니야를 마실래요”.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는 콘서트 버전인데도 그의 노래는 관객을 단숨에 세비야의 한 선술집으로 데려다 놓았다.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카르멘은 만사니야를 여러 차례 이야기하는데, 왜 아무 술이 아닌 만사니야를 꼭 집어 언급했을까. 메리메가 쓴 원작 소설에도 카르멘은 돈 호세와 함께 만사니야 한 병을 사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 술은 평범한 소품이 아니라 어느 정도 비중을 가진 조연쯤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만사니야는 세비야가 있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는 셰리 와인 중 하나다. 셰리는 와인에 알코올을 넣어 도수를 높인 주정강화 와인이다. 만사니야는 셰리 중에서도 가볍고 드라이한 맛이 특징이며, 특유의 소금기를 머금고 있다. 정찬 식탁보다는 선술집이나 늦은 밤의 흥청거림과 더 잘 어울리는 술이다. 카르멘이 권하는 만사니야는 거창하고 고상한 사랑의 밀어가 아니라 충동적이고 직관적인 유혹의 도구다. 권위적인 군대의 하급 군인, 세비야와는 정반대인 스페인 북부 내륙지방 나바라 출신인 돈 호세는 카르멘이 보여주는 자유롭고 무질서하며 감각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1875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카르멘>이 초연됐을 때 관객들은 경악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오페라 주인공으로 지고지순하고 희생적인 여성이 대세이던 그 시절, 카르멘은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을 가진, 천박한 여자’로 받아들여졌다. 우아한 살롱의 와인 대신 비릿하고 쌉싸래한 만사니아 역시 그들의 감각을 불편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아무튼 ‘비도덕적’인 오페라라는 혹평에 작곡가 비제는 크게 상심했고, 그해 6월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빈을 비롯해 다른 도시에서 공연이 이어지면서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내며 “몇 년 후에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가 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서곡과 ‘세기디아’를 비롯해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집시의 노래’ ‘꽃노래’ 등 <카르멘>의 많은 아리아는 한 소절만 흘러도 어디선가 들어봤음직 하다. 중독성이 강한 선율과 선명한 장면들은 연주곡과 광고, 영화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어 ‘클래식계의 최강 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페라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오페라베이스’(Operabase)의 집계를 보면 <카르멘>은 최근 1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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