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2년 전 행사보다 행사장 2배 확장”
월드 프리미어 모델 181대·콘셉트카 71대
1451대 압도적 규모…글로벌 완성차 총출동
국내선 현대자동차 참가, ‘아이오닉V’ 공개
‘오토 차이나 2026’이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의 수도국제전시센터 입구. 권재현 선임기자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자동차 박람회 ‘오토 차이나 2026’은 전기차 절대 강국인 중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전시관 한 동을 통째로 빌려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며 토종 맹주의 위상을 과시했다. 경쟁업체인 지리자동차와 창안, 체리, 둥펑을 비롯한 전통 업체들과 샤오펑, 니오, 립모터, 럭시드 등 신생 전기차 업체들도 대거 참여해 기발한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반면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현대차를 비롯한 해외 브랜드 업체들은 다양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BYD 부스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권재현 선임기자
격년으로 열리는 오토 차이나의 올해 행사는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행사 기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모델 181대, 콘셉트카 71대를 포함해 전시 차량만 모두 1451대에 이른다. 조직위 관계자는 “2년 전 행사(오토 차이나 2024)보다 행사장 면적을 2배 가까이 확장했다”고 말했다.
중국 브랜드는 물론이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3사’와 폭스바겐, 포르쉐, 볼보, 로터스, 푸조 등 유럽 브랜드, 포드, 캐딜락, 뷰익 등 미국 브랜드, 도요타(렉서스), 혼다, 마즈다 등 일본 브랜드 등 글로벌 업체가 총출동했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참가했다.
현대차 부스에 아이오닉V가 전시돼 있다. 권재현 선임기자
전 세계에서 모인 글로벌 기자단과 인플루언서들은 축구장 50여개 크기인 38만㎡의 광활한 면적에 조성된 업체별 전시 공간을 바쁘게 옮겨 다녔다. 한국 기자단의 관심은 국내 시장 진출이 임박한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와 과감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현지 전략형 모델 ‘아이오닉V’를 앞세우고 중국 시장 재건을 노리는 현대차 부스에 쏠렸다.
지커 부스에서 만난 중형 SUV ‘7X’ 모델. 조만간 한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권재현 선임기자
지커는 한국 시장 진출 1호 모델로 확정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7X와 대형 전기 SUV 9X, 올해 1월 출시한 풀사이즈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8X, 3열 고급 다목적차량(MPV) 009의 신형(부분변경) 모델 등을 전시했다. 모기업인 지리자동차그룹은 중국 최초의 로보택시 전용 프로토타입 ‘EVA 캡’을 공개했다. 전동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문이 넓게 열리는 방식으로, 운전대와 가속·제동 페달이 아예 없다. 실내 좌석은 서로 마주 보는 형태다. 지리자동차그룹은 자회사인 카오카오 모빌리티를 통해 공유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했고 항저우, 쑤저우, 광저우, 상하이를 비롯한 현지 주요 도시에서 차량 호출 기반 서비스를 상용화해 운영 중이다.
지커의 신형 MPV ‘009’ 모델. 권재현 선임기자
중국 시장을 겨냥한 해외 브랜드의 전략은 ‘현지화’로 요약된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2017년 이후 중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 미만(13만대)으로 곤두박질친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 특히 공을 들였다.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번째 중국 전략형 모델인 아이오닉V를 공개했는데, 베이징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에서 탄생했다. 아이오닉V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의 배터리와 현지 자율주행 기술 선도 기업 모멘타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을 적용했다.
모멘타 부스에 들어서자 빼곡하게 적힌 완성차업체 파트너사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BYD, 체리 등 로컬 브랜드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가 투자자이자 전략적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렸다. 모멘타의 자율주행 기술이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중국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모멘타 부스에 벤츠 챠량이 전시돼 있다. 권재현 선임기자
현대차그룹 장재훈 부회장은 전시 첫날 현대차 부스를 찾은 CATL의 쩡위친 회장과 회동하고, 부품 공급망 현지 조달 등을 포함해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강조했다. 그룹의 자율주행 사령탑인 박민우 포티투닷 사장 등 지휘부가 대거 베이징을 찾은 것 역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중국 시장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In China, For China, To Global) 전략을 가동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의 가성비 내연기관차 이미지를 벗고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차 브랜드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는 아이오닉V 출시 간담회에서 “고(故) 정주영 창업 회장의 정신을 받들어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하겠다”며 “아이오닉V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신차 20종을 출시해 연간 판매량을 5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별도의 브랜드 로고를 제작하는 과감한 전략을 택했다. 기존의 4개 링 대신 ‘AUDI’ 워드마크를 전면에 내건 차량들이 부스를 채웠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별도로 제작한 ‘AUDI’ 로고를 단 차량이 아우디 부스에 전시돼 있다. 권재현 선임기자
최근 한국 자동차 시장 전격 철수를 발표한 혼다도 중국에선 대형 부스를 꾸려 중국 전용 전기차 제품군을 전시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 의지를 다졌다.
샤오미 부스에 전시 중인 SU7. 권재현 선임기자
샤오미의 YU7
샤오미의 ‘SU7 울트라’ 모델. 권재현 선임기자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왕촨푸 BYD 회장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전시장에 나타나 구름 인파를 몰고 다녔다. BYD는 양왕, 덴자, 포뮬러바오 등 산하 브랜드 차량을 대거 선보였고, 1세대보다 에너지 밀도를 개선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에 이르는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강조했다. 샤오미 부스에선 SU7, YU7 등 화려한 색상과 감각적 디자인이 특징인 전기차 앞에선 관람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니오의 소형 전기차 브랜드 파이어플라이는 젊은 층을 겨냥해 개성 있는 디자인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앞세운 차량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니오의 소형 전기차 브랜드 파이어플라이가 제작한 차량. 권재현 선임기자
고급화, 대형화도 두드러진 특색이었다. BYD는 대형 SUV 그레이트 탕, 플래그십 SUV 시라이언08을 전시했고, 최상급 브랜드 양왕의 고급 SUV U8도 돋보였다. 화웨이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는 플래그십 SUV ‘M9’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체리자동차는 패밀리 SUV 신모델 제품군을 전면에 배치했다.
전기차 시대 이후를 엿볼 수 있는 미래 모빌리티 또한 등장했다. 중국 저고도 항공 모빌리티 산업을 이끄는 샤오펑은 전기 수직 이착륙기체를 전시장에 들여와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은 부스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맞았다.
오토 차이나 2026 전시장 곳곳에서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을 만날 수 있었다. 권재현 선임기자
전방 디스플레이의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운전대 상단을 절반으로 깎다시피 제작한 IM 모터스,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지커, 네 손가락으로 밀면 센터 디스플레이가 조수석까지 밀려나는 이동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인 지커의 소형 SUV X 등 혁신적인 기술도 전시장 분위기를 달궜다.
지커의 소형 SUV ‘X’ 운전석에 앉아 센터 디스플레이를 네 손가락으로 밀었더니 화면이 조수석 오른쪽 끝까지 이동했다. 권재현 선임기자
행사를 참관한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 업체들의 경우 전시 차량을 보니 플래그십 SUV와 고급 MPV가 결합해 덩치도 키우고 내부 공간 활용성도 키우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며 “이를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과 접목함으로써 업체 간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향후 수익성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