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동절을 앞둔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조합 등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절을 앞두고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일터 괴롭힘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 200만 시대를 앞두고도 처우개선 및 권리보장 요구를 정부와 사업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주노조·이주노동자평등연대와 민주노총 등 5개 단체는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올해에만 16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며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외쳤다.
세계 노동절을 앞둔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조합 등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들은 서툰 한국어로 직접 겪은 차별·부당대우를 설명했다. 에린 원어민강사지회장은 “발이 세 군데나 골절되고도 8시간 서서 수업하다가 학생들이 단어시험을 보는 동안 쉬려 앉았더니 사장이 CCTV로 지켜보다 수업 도중 교실로 찾아와 꾸짖었다”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구토를 하거나, 고열·폐렴을 앓아도 강제로 수업해야 했다”고 했다.
경기 김포의 농장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프라카쉬는 “약을 먹으며 참고 일하다 (병원에서)계속 일하면 안 된다고 해 그만두려 했는데 사장님이 계속 일하라고 했다”며 “고용센터에 신고하려 했지만 직원이 ‘신고하지 말라’며 돌려보냈다”고 했다.
세계 노동절을 앞둔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조합 등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폭력행위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은 “사업주의 괴롭힘과 폭력도 도를 넘고 있다”며 “사장이 쏜 에어건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장기를 손상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괴롭힘·강제노동을 견디지 못해 이주노동자들이 자살까지 한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에서는 지난 2월 사업주가 이주노동자 몸에 에어건을 쏴 장기가 파열됐다. 지난 24일에는 인천 서구의 섬유공장에서는 한국인 관리자가 방글라데시 국적 노동자를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법무부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아웅진은 “(현행 고용허가제에선)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고용주 동의 없이는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며 “반면 고용주는 이유를 대기만 하면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다”고 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임금체불·괴롭힘·폭력을 근절하고 노동안전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치며 청와대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주노동자들이 26일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