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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재건은 필요 없다

입력 2026.04.26 19:56

진지하게 물어보자. 정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만 이상한가. 문제는 장동혁 대표뿐인가. 뒤통수 사진으로 역대급 거짓말 파동까지 낳은 107석 제1야당 대표의 행보가 참담하지만, ‘장동혁 사태’는 12·3 내란을 겪고도 제대로 ‘절윤’하지 못한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일인가.

장동혁 대표는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닌다고 비판받는다. 그러나 그 강성 지지층이 국민의힘 지지층의 다수라는 사실은 함께 언급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 이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2월4주차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68%는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라고 답했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의 65%는 무기징역형이 과도하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물러나야 하지만, 그의 사퇴가 곧 국민의힘의 변화와 보수 쇄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동혁 대표를 쫓아낸다 한들 한국 보수에는 재건을 추동할 정치적 동력도 없다. 자칭 보수에 남아 있는 유의미한 에너지는 부정선거, 혐중, 윤어게인뿐이다. 지난달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이 생중계한 부정선거 끝장토론의 동시 접속자가 30만명을 넘었다. 해당 영상 조회 수는 4월26일 기준 620만이다. 댓글에선 부정선거 주장을 비판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공격받았다. 반면 보수를 쇄신하고 국민의힘을 환골탈태하려는 움직임은, 일부 정치인의 선거용 레토릭을 제외하곤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와 국민의힘 사이의 정치적 공간도 거의 없다. 국민의힘이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비워놓은 공간을, 우클릭한 이재명 정부가 채우고 있다. 뉴이재명 현상의 한 측면은 일부 보수층이 현 정부 지지층으로 옮겨간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처럼 보수 혁신을 주장하는 이들이 신당을 창당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보수신당을 창당해도 이를 지지할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애초 보수 재건의 에너지가 충분했다면, 합리적 지지층이 두꺼웠다면 보수의 리더는 유승민 전 의원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보수 진영 내부에 많지 않다. 유승민 전 의원의 정치적 곤궁함은 오히려 보수 재건의 불가능성을 예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보수를 재건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보수는 가치이자 이념이다. 한국 보수의 양대 축은 성장과 미·일 중시 외교일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원석 전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의 희망은 역설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했다.

현 정부 경제 기조는 인공지능·반도체를 앞세운 성장률 제고와 주식시장 부양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과감한 정책을 밀어붙이다 보니 영남권에서는 “이재명이 제2의 박정희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 노선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기조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중·러관계 관리로 요약되는데 자칭 보수세력 노선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실제 한·일관계는 순항 중이다. 한·미관계는 간혹 삐걱대지만 그렇다고 이를 현 정부 탓을 하기에는 의문이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열어젖힌 각자도생의 국제정세를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접하는 시절이다.

근본적인 질문은 남는다. 6·3 지방선거 후 더욱더 강해질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는 누가 할 것인가. 한국 사회 발전, 그리고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균형 잡힌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보수가 재건될 동력도, 필요도 없다면 누가 이 역할을 맡을 것인가.

진보정당이 살아나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이재명 정부가 일부 실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견제자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서 나와야 한다. 현 정부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인공지능 산업 규제, 분배, 평등과 인권 이슈도 진보정당이 맡아야 할 영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중도보수로 규정하며 “중도좌파, 진보는 새로운 영역들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거대 양당이 모두 우향우로 가는 상황이 진보당, 정의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에 작은 기회가 될지 모른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한다. 다만 그 좌우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역사적 소명을 다한 자칭 보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강병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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