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이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국가 보상 범위가 사망 중심에서 ‘산모 중증장애’까지 확대된다. 이창준 기자
보건의료인이 산모의 분만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의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보상하는 피해 범위가 기존 사망 등에서 산모 중증장애까지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 조정법) 시행령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 지급 등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선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의료인의 형사 책임을 일부 완화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현재는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가운데 신생아 뇌성마비, 산모·태아·신생아 사망에 대해서만 국가가 보상하고 있다. 산모가 생존했더라도 중증장애가 남은 경우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제도적 공백으로 지적돼 왔다.
복지부는 이번 입법 조치에 대해 산모가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 등으로 중대한 후유장애를 입은 경우에도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함으로써 환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부개정안의 적용 대상은 재태 주수 20주 이상이면서 분만 과정 또는 분만 이후에 분만과 관련된 이상 징후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중증장애가 발생한 산모다. 보상 여부는 보상심의위원회가 해당 사고의 불가항력성 및 분만과의 관련성을 심의·의결해 결정한다. 보상 한도는 1억5000만원이다. 현재 분만 중 산모 사망 사고의 최대 보상금은 1억원, 신생아 사망은 3000만원, 태아 사망은 2000만원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최근 발간한 ‘2025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총 9건이 청구돼 이 중 5건에 대해 보상이 이뤄졌다. 전체 보상액은 2억9300만원으로, 건당 평균 보상액은 약 5860만원이었다. 이는 전년(약 2428만원) 대비 약 2.4배 증가한 수치다. 보상 유형은 산모 사망 1건, 신생아 사망 2건, 태아 사망 1건, 신생아 뇌성마비 1건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오는 6월8일까지 입법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