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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나 블로그에서 ‘활동증명을 받아 창작지원금 300만원 받기’ 같은 콘텐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AI 브로커까지 있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인증만 받고 정작 활동하지 않는 작가들이 있는 반면 열심히 활동을 하면서 활동증명을 받지 못하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예술활동증명은 대출 지원이나 건보료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프리랜서 예술가에게 꼭 필요한 제도지만, 프리랜서 예술가가 오히려 더 인정받기 힘듭니다. 심사 과정에서 이미 제출한 서류를 요구하거나, 직업을 오해하는 등 심사오류가 잦고 문의를 해도 매크로 답변만 돌아옵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 토론회 현장에서 그림책 작가, 시각장애인 화가 등 예술인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한 얘기다.
지난달 말 유명 인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리더 윤덕원과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소설가 박상영이 SNS에 예술활동증명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 제도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예술인들의 댓글이 봇물 터진 듯 이어졌다.
직업적으로 현재 예술 활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제도인 예술활동증명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복지사업 참여를 위한 기본 절차다. 2011년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와 지병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예술인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2012년부터 시행됐다. 이를 통해 예술인 각종 지원금 사업, 산재보험, 예술인 국민연금 등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자 가운데 59.4%가 승인을 받지 못하고, 심사에 넉 달 이상 걸리는 등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홈페이지에 ‘예술활동증명’ 신청 증가로 인한 업무 안내문이 띄워져 있는 모습. 재단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유행 시기 한시적으로 연장해 준 활동증명 유효기간이 지난해와 올해 한꺼번에 만료되면서 신청이 폭증하기도 했다. 예술 활동 자체가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작 도구가 늘어나면서 해당 분야에서 일정한 수련을 거치지 않은 이들도 ‘예술 작품’을 손쉽게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최근 SNS에서 한 이용자가 ‘AI 생성 음원을 이용해 예술활동증명을 받았다’는 글이 화제가 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올해 예술활동증명 신청 건수는 5만4437건이다. 이미 지난해 신청 건수인 6만6456건의 81.9%에 도달했다. 증명 신청은 폭주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재단 내 인력은 현재 정규직 직원 5명, 계약직 직원 5명으로 10명에 불과하다. 최근 4년간 인력 규모는 10명 내외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예술활동증명 심사는 신청인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는 작업과 제출된 예술작품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심의 과정이 있는데, 두 과정 모두 사람의 손을 타야 한다. 제출물이 단순 AI를 활용한 것인지부터 자료의 조작은 없었는지도 모두 사람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장 지원이 절실한 예술인들은 길게는 몇 개월 이상 이어지는 신청 절차에 좌절하고, 늘어나는 업무 부담에 시달린 재단 직원들은 만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예술가들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예술활동증명 심사 인원과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과 AI 창작물 판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것 등을 요청했다. 필명을 주로 쓰는 웹툰과 웹소설, 공동작업이 늘어난 음악과 영상 업계 등 장르의 다양화와 세분화가 이뤄지는 예술 산업의 변화에 맞춘 새로운 인정 기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활동증명 제도 개편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심의 기준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확대와 노후 시스템 개선, 담당 인력 충원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문체부는 이달 10일 제1차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하며 예술활동증명 운영 인력 보강에 7억원을 배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