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 대한 접근방식 개선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이 국가폭력 피해자 등의 재심사건에서 억울한 피해를 바로잡는다는 제도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경우 바로잡기 위한 장치로, 유죄를 선고받은 당사자나 유족,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그동안 검찰은 피해자가 재심을 청구하면 법원에 재심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재심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백지구형’(검찰이 형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재판부에 맡기는 것) 등 방법으로 무죄 구형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나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다.
검찰은 과거 판결문, 구속영장 등 수사자료를 확보·분석해 불법구금 등 피해자의 재심 개시 사유 입증 책임을 덜겠다고 했다. 또 무죄가 명백해 보이는 경우에는 백지구형 대신 무죄를 구형하고 가급적 첫 기일에 변론을 끝내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재심 전담 수사관을 배치하고 공공수사지원과 소속 수사관을 재심 업무에 투입해 재심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이런 노력이 이미 반영돼 검찰이 재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420조는 원판결의 증거·증언이 위조·변조되거나 허위임이 증명된 경우,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 등에 한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요건이 이렇게 엄격하다보니 피해자가 명예를 회복하려면 재심 청구부터 무죄 증명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벽이 한둘이 아니었다.
먼저 피해자 측이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는 걸 과거 수사자료 등을 통해 입증해야 했는데, 수사기관도 아니고 고령인 피해자가 이런 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검찰은 법원이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할 때 반대 의견을 제시하거나 재심을 결정하면 불복해 항고하는 게 다반사였다. 재심에 들어가서는 소송을 끌거나 무죄가 명백해 보이더라도 무죄를 구형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명분은 ‘법적 안정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수사기관의 고문·조작 등 인권유린을 묵인·방조하고 기소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검찰의 원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이렇게 고압적이고 오만한 태도는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로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저질러진 수사상의 인권유린과 그에 기반한 유죄 선고는 피해자와 가족의 삶을 파탄낸 국가적 범죄였다. 재심은 그 피해자가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재심 사유가 명백한 경우 피해자가 나서기 전에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