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격 사건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중산층의 나라’였다. 대다수 시민이 임금으로, 퇴직 후 연금으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1970년대만 해도 중산층 비율은 60%가 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세계화가 본격화하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각한 나라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비백인들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는 백인 보수층의 박탈감과 분노를 자극해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한다. 트럼프 지지층도 마찬가지다. 2021년 1월6일 트럼프의 대선 불복을 옹호하는 시위대의 연방의사당 폭력 점거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 체제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트럼프가 재집권한 후 정치·사회적 갈등은 더 커졌다. 지난 1월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여성 시민을 총으로 쏴죽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버라 월터는 저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에서 정치 체제의 급변으로 지위나 이익을 잃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어디서나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은 인종, 계층, 성별, 지역으로 갈가리 찢겼다.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트럼프, 이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 일상화된 미국의 현 상태는 ‘차가운 내전(Cold Civil War)’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2024년 개봉한 미국 영화 <시빌 워>는 캘리포니아·텍사스를 주축으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서부군’, 북서부 주들이 중심인 ‘신인민군’, 정부군연합이 내전을 벌이는 상황을 그렸다. 영화는 허구지만 정치적 분열이 극심한 미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상상도 아니다.
지난 25일 무장한 31세 미국 남성이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 돌진하다 체포됐다. 트럼프는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대선 유세 중 총격을 받았다. 왜 트럼프에게 이런 일이 잇따를까. 트럼프가 정치적 양극화와 분열의 선두에 서 있는 것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도 정치적 분열이 여전하다. 윤석열의 내란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구출해냈지만, 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