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 강천사 모과나무
중국이 원산지인 모과나무는 삼국시대 때 우리나라에 들여와 오랫동안 심어 키운 나무이지만, 모과나무 노거수를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1981년 우리나라 최초로 군립공원에 지정된 강천산 군립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오르면 오래된 절집 강천사 바로 앞 개울가 언덕에서 크고 오래된 모과나무를 만날 수 있다.
나무 높이 20m, 가슴높이줄기 둘레 3.1m에 이르는 이 나무는 모과나무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의 크기를 압도할 만큼 당당하다. 300년쯤 이 자리를 지켜온 나무는 1998년에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나무는 땅 위 50㎝ 부근에서 두 줄기로 갈라졌는데, 한 줄기는 1.3m 지점에서 다시 두 갈래로 나뉘고, 다른 줄기는 1m 지점에서 여섯 갈래로 힘차게 갈라지며 하늘 향해 솟구쳐 올랐다. 자유분방하게 뻗어 오른 풍성한 나뭇가지들이 이뤄낸 수형은 여느 큰 나무 못지않게 아름답다.
‘순창 강천사 모과나무’는 홀로 우뚝 서서 주변 풍광을 지배하는 조경수가 아니다. 숲길에서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자연의 일부로 녹아든 나무라 자칫 스쳐 지나기 쉽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줄기 아래부터 살펴보면 모과나무 특유의 매끈하고 유려한 줄기 껍질과 자유분방하게 뻗어 나간 나뭇가지의 풍요로운 곡선까지, 나무가 지닌 오묘한 아름다움에 감동하게 된다.
나무는 강천사에 주석했던 스님이 심었다고도 하고, 조선 후기 이 지역 출신의 실학자 신경준( 1712~1781)이 심었다고도 하지만 어느 쪽 이야기도 근거는 확인하기 어렵다. 300년 세월을 견뎌온 나무는 지금도 해마다 이즈음이면 연분홍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향긋한 열매를 맺는다.
강천산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배경으로 이 모과나무 앞에 서면, 생명의 경이로움과 시간의 깊이가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숲의 풍경을 완성하는 모과나무의 미덕,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이 오래된 거목 앞에 겸허히 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