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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씨’와 가짜 공감

입력 2026.04.27 19:57

수정 2026.04.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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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짜 아이들이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유치원 교사 이민지씨 인터뷰는 이런 말로 시작한다. 지난 7일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페이크 다큐 영상에서다. 영상을 다 보고 나면 저 말이 진심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개 20여일 만에 570만 조회수를 넘긴 이 영상에는 현실이 이보다 못하지 않다는 증언과 공감이 2만개 이상 달려 있다.

유치원 교사의 현실이 이 영상을 통해 처음 공론화된 것은 아니다.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 속에서도 상냥함을 유지해야 하는 ‘감정노동’의 문제,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대우 등은 익히 알려져 왔다. 특히 지난 2월 부천의 한 유치원에서 일하던 20대 교사가 독감에도 일하다 사망하자 근본 원인이 유치원 현장의 구조적 관행에 있다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열악한 체계를 방치하며 모든 부담을 교사에게만 지우는 관행이다. 그런 가운데 이 영상이 큰 공감을 얻은 이유는 이민지씨를 통해 비로소 ‘문제’가 사람의 얼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이 지속되는데 교사가 아이들을 진심으로 예뻐하며 보람있게 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문제’를 인식해도 그 안의 ‘사람’까지 보지 않는 것은 흔한 현상이다. 지난 20일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사망한 사건에서는 더욱 선명하다. CU 물류기사들은 형식적으론 개인사업자이지만 편의점 본사인 BGF리테일의 업무 지시와 통제를 받는다. 이로써 이들이 한국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점은 분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판례도 있다. 그런데 사측 요구를 감당하려면 주 70시간 이상 일해야 하고 휴일도 보장되지 않는다. 개인 사정으로 쉬려면 대체 기사 비용만 50만~60만원이 든다. 개선을 요구하면 원청도 하청도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만 하고, 이런 경우를 위해 만든 노란봉투법도 간단히 부정해버린다. 더는 견딜 수 없어서, 하루치 일을 쉬면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알면서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는데 사측은 보란듯이 대체 수송차를 출발시켰다. 그 앞에 선 노동자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 장면이 드라마나 영화로 그려지면 공감할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의점에 갔는데 매대가 비어 있을 땐 ‘화물연대 탓’에 쉽게 동조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죽든 살든 관심이 없다. 어쩌면 “소비자가 불편하면 안 되지” 하는 사명감으로 고난을 무릅쓰는 성인을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교사에게 갑질을 하면서도 자기 아이를 예뻐해주기 바라는 학부모처럼 말이다.

혹은 힘든 상황까지는 공감하지만 스스로 권리를 찾고자 나서면 그때부터 비난하는 게 한국인의 ‘국룰’인 듯도 하다. 앞의 영상에서도 이민지씨가 동료들과 함께 원장에게 개선을 요구했다면 공감도는 확 낮아졌을 것이다. 이런 식의 공감은 아무 힘이 없다. 현실을 바꿀 방법은 하나뿐이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 주체와 대등하게 협상할 권리를 갖고, 그 협상 요청에 성실히 응할 의무를 사측에 지우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든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든 이 원칙이 예외 없이 지켜지게 해야만 의의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어떤 공감도 그저 가짜일 뿐이다.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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