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183이라는 숫자
점(사실들): 30% 기준, 언제 지켜요?
선(맥락들): 의지가 없다
면(관점들): 어떻게 여성 정치인을 만들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3월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여성위원회 여성의날 기념 2026 서울여성전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6·3 지방선거가 이제 한 달 조금 더 남았습니다. 큰 선거 때마다 여성 정치인이 얼마나 진출할지 관심 갖고 보게 되죠.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 때는 기대하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기준인 ‘후보자 30% 이상 여성 추천’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오늘 점선면은 이 오래된 주제를 다시 한번 논해 봅니다.
점(사실들): 30% 기준, 언제 지켜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정당의 여성 의원들이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 모여 6·3 지방선거에서 여성 후보를 최소 30% 이상 공천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여성의 비율은 광역의원 21.6%, 기초의원 28.2%에 불과했어요. 현재까지 여성 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고, 전국 기초단체장 중 여성은 7명으로 전체 자리의 3%에 불과합니다.
4년 전 지방선거 즈음인 2022년 4월22일에도 비슷한 성명이 나왔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여성 비율은 0%, 기초자치단체장 3.5%, 광역의회 지역구 의원 13.3%, 기초의회 지역구 의원은 20.7%에 그쳤다”는 여성단체의 문제제기가 있었어요.
이번엔 어떨까요? 아직 후보가 다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여성의 비율이 낮습니다. 지난 22일 현재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에 등록한 사람 중 여성은 81명, 남성은 982명으로 여성 비율이 7.6%에 그쳐요. 광역의원 예비후보 중에는 22.5%, 기초의원 예비후보의 경우 25.9%고요.
예비후보 비율이 이 정도인 것이고, 실제 후보로 확정되거나 선거를 거치는 과정에서 여성의 비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2005년, 지역구 30% 이상 여성할당제를 도입했어요. 그런데 의무조항이 아니라 권고조항입니다. 강제성이 없어서, 30% 기준은 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 공천 30%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맥락들): 의지가 없다
정치권은 여성 후보 30% 추천을 권고사항으로 정해놓았을 뿐 실천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말만 앞섭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여성 기초단체장이 30명은 돼야 한다”고 했지만 지난 22일 현재 확정된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 중 여성은 17명에 그칩니다. 국민의힘은 아직 후보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곳이 많지만 역시 여성 비율 30%를 지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의지가 박약하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구색 맞추기’입니다. 여성 정치인 수를 늘리긴 늘려야 하는데, 주목받는 자리에 여성 후보를 추천할 만큼의 의지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덜 주목받는 자리에서 여성 비율을 맞추려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으로 소위 ‘급’이 내려갈수록 여성 비율이 올라가는 겁니다.
의지가 저절로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제도를 통해 의지를 함양할 수 있습니다. 여성 공천 비율을 정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정당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식이 하나의 예입니다.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사례가 있습니다. 보조금을 깎는 장치를 마련하고 나서야 여성 의원의 비율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여성할당제를 의무조항으로 바꾸거나 30% 비율을 상향하는 등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숙의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특별하게 희생하고 헌신한 우리 여성들에게 특별한 보상을 해야 할 때”라는 집권 여당 대표의 말이 실제 의지로 구체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면(관점들): 어떻게 여성 정치인을 만들까
여성 정치인을 만들려면 결국 공천을 바꿔야 한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지방의회 의원 후보를 정할 때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매우 큰데요. 여성 후보가 늘어나는 것이 이들의 의지에 달린 셈입니다. 속된 말로 지역구 국회의원에 ‘줄 잘 서는’ 사람이 공천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줄을 잘 서든, 정치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경력을 쌓든 모두 ‘돈과 시간’이라는 자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여성에게 더 높은 장벽이기도 합니다. 특히 임신·출산·육아 부담이 여성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원인입니다. 가정이 완전히 ‘임·출·육’ 부담을 대체해줄 수 있어야 마음 놓고 정치를 할 수 있죠. 35세 여성 시의원 후보가 “제 나이에 정치를 하려면 솔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구인·구직 시장에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느냐’는 딜레마가 생겼죠. 요컨대 여성의 정치 참여도 비슷한 굴레에 빠져 있습니다. 보정장치 없이 여성 참여도가 저절로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멕시코는 정치에 성별 할당제를 도입한 이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켰습니다. 여성 정치인이 30%라도 공천을 받고, 더 많이 제도권 정치에 진출하고, 정치권에서 성평등 의제가 충분히 다뤄지고, 이것이 실질적 성평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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