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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최근 출판계에서 인류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시리즈를 기획한 김세영 편집자는 인류학 책이 관심받는 이유로 '접근성'을 꼽았다.

김 편집자는 "인류학은 이론이나 배경 지식을 많이 알지 못해도 독자들이 접근할 수 있다"면서 "가까운 사람과 장소, 흥미로운 현상에서 출발하는 데다 현장 참여관찰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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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세이보다 재밌네···‘텍스트힙’ 타고 부는 인류학 붐

입력 2026.04.28 15:59

수정 2026.04.2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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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문규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민음사 인류학 시리즈 ‘책’으로 출간된 <날로 느는 홍대>, <다음 리카에게>, <래퍼와 공원>.    민음사 제공

민음사 인류학 시리즈 ‘책’으로 출간된 <날로 느는 홍대>, <다음 리카에게>, <래퍼와 공원>. 민음사 제공

최근 출판계에서 인류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외 학자들이 인류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쓴 깊이 있는 책이 꾸준히 출간되며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조문영의 <빈곤 과정>, 김현미의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서보경의 <돌봄이 이끄는 자리>, 김관욱의 <사람입니다, 고객님> 등은 빈곤·이주·젠더·돌봄·노동·질병 문제를 현장에서 길어 올린 책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민음사는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한 인류학 시리즈 ‘땅’을 새롭게 선보인다. 인문잡지 ‘한편’을 펴내온 인문사회팀의 새 기획으로, 젊은 인류학 연구자들이 구체적인 장소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질문하고 관찰한 내용을 단행본으로 엮어냈다.

최근 ‘텍스트힙’ 흐름 속에서 젊은 독자들과 접점을 넓혀온 민음사는 이번 인류학 시리즈에서도 그런 감각을 이어간다. 젊은 연구자들은 홍대 아르바이트생, 자이니치(재일한국인), 지방의 래퍼를 만났다.

<날로 노는 홍대>(홍성훈)는 10년 넘게 홍대에서 디제이로 일한 연구자가 ‘홍대 알바’들을 통해 대도시의 감각과 청년들의 정체성을 읽어내고, <다음 리카에게>(김이향)는 일본에서는 ‘리카’, 한국에서는 ‘이향’으로 불려온 자이니치 3세 저자가 이름과 국적, 정체성의 문제를 따라간다. <래퍼와 공원>(송재홍)은 지방 힙합신에 대한 연구를 위해 대구 국채보상운동공원에서 래퍼들을 만나며 시작된 저자 본인의 독립 이야기를 담았다.

낯선 사람을 이해하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학문인 인류학에서는 연구자 자신이 ‘도구’가 된다. 현장에 찾아가 참여관찰을 하고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하며 쓰는 민족지(ethnography)는 거대 담론이 포착하지 못하는 현상을 기술하고, 새로운 이론을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이러한 인류학의 방법론은 오늘날 사회학, 문학 등 다른 분야 글쓰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리즈를 기획한 김세영 편집자는 인류학 책이 관심받는 이유로 ‘접근성’을 꼽았다. 김 편집자는 “인류학은 이론이나 배경 지식을 많이 알지 못해도 독자들이 접근할 수 있다”면서 “가까운 사람과 장소, 흥미로운 현상에서 출발하는 데다 현장 참여관찰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문영의 <빈곤 과정>, 김관욱의 <사람입니다, 고객님>, 애나 로웬하웁트의 <세계 끝의 버섯>.

왼쪽부터 조문영의 <빈곤 과정>, 김관욱의 <사람입니다, 고객님>, 애나 로웬하웁트의 <세계 끝의 버섯>.

학술적 개념이 밑바탕에 깔려있지만, 연구자들의 말과 경험을 통해 서술하는 방식은 민족지이면서 에세이처럼 읽힌다. 책의 만듦새는 독립출판을 연상시킨다. 현장연구를 바로 출판한다는 기획에 맞춰 인류학자의 ‘필드 노트’처럼 손에 잡히는 작고 가벼운 판형에 분량은 140쪽 안팎이다. 향후 10권 안팎을 펴낼 계획이다. 김 편집자는 “연구자들이 논문 쓰는 데 바쁘다 보니 인문책을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인데, 논문과는 다른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있는 연구자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의도도 있다”면서 “인문학에서도 짧고 가벼운 형식으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인류학적 글쓰기는 이미 출판계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은혜 글항아리 대표는 “학문적 발전이 섬세해지다 보니 이론의 변화가 신속하진 않은데 인류학의 경우는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훨씬 생생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론보다 차이를 만들어낼 여지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글항아리도 내년까지 국내 저자의 인류학 책을 세 권 펴낼 계획이다. 경제인류학자인 이승철 서울대 교수가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연구하는 책을 집필 중이고, 출판계 사람들과 일본의 이동 수단 관련 책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테면 극우 연구를 하더라도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녹음기를 켜서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라 독자 입장에선 재밌다”며 “독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높은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인류학 서적들도 붐을 일으켰다. 애나 로웬하웁트의 <세계 끝의 버섯>이 큰 주목을 받으며 출판사들이 인류학 기획에 나선 계기로 꼽힌다. 로런 포니에의 <자기 이론>, 하마노 지히로의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마이클 크롤리의 <달리기 인류> 등도 관심받았다.

안희제, 황의진, 정헌목 등 젊은 연구자들도 저마다의 현실로부터 사회를 읽어내는 책으로 독자들과 만났으며, 개미 투자자 등 독특한 소재를 다룬 연구가 주목받기도 했다. 젊은 연구자들이 독특한 주제로 쓴 석·박사 논문이 단행본으로 출간돼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래퍼와 공원>을 쓴 송재홍은 인류학에 대해 “세상에 가까운 학문”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인류학은 타자의 삶을 분석 대상으로만 두거나 전문적인 개념어로만 설명하려 하지 않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언어와 개념을 통해 학문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열어둔다”고 했다. 이어 “그런 열림 때문에 인류학은 덜 뻣뻣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 그 지점이 인류학의 매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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