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노동자의날’ 기자회견
태안발전소 작업 중 사망한 김용균씨의 어머니,
아리셀 공장 화재로 세상을 떠난 엄정정씨의 어머니…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 김치엽씨의 아버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현장실습 중 사망한 홍수연양 아버지,
쿠팡 물류센터 심야 근무 중 숨진 장덕준씨의 어머니…
자신의 이름 앞에 먼저 떠난 자식의 이름을 붙이는 이들이 외친다
“심장 같은 딸을 잃고 지금도 그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겨우겨우 삶을 버티고 있습니다. 일하러 나갔다가 되돌아오지 못한 딸을 674일간 기다리며 하루하루 화병과 우울증 속에 지내고 있어요.”
이순희씨는 2024년 6월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딸 엄정정씨를 잃었다. 그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날’ 기자회견에 마이크를 잡고 “내 딸은 이국땅에서 왜 도망도 못 가고 죽어야 했는지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고, 회사 측으로부터 진실된 사과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 대부분은 중국 동포이자 이주노동자, 비정규직이었다. 엄씨도 그중 한 명이다. 비정규직은 화재 당시 비상구로 빠져나가기 위한 ID카드나 지문 인식 권한이 없어 탈출하지 못했다. 검찰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책임을 물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5년을 지난 22일 2심에서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했다.
이씨는 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산재 사망으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이주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MBC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사망한 아나운서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 방송 제작 현장의 열악한 노동 실태를 알리다 숨진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등 산재 유가족이 함께했다.
이들은 “기억과 추모로 또 다른 죽음이 만들어지지 않길 기대한다”며 “일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병들지 않으면서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 중 숨진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쿠팡의 비협조 속에 산재를 증명하기 위해 덕준이를 떠나보낼 겨를도 없이 모든 일상을 멈춘 채 자료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고 회고했다.
박씨는 아들의 사망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책임이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김범석은 덕준이 죽음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관련 사건 기록을) 왜곡·조작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쿠팡은 이제라도 일하다 죽어간 노동자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노동부는 제대로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