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등 구조개혁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으로 공정수당 도입을 공식화했지만, 기간제 남용을 줄이기 위한 핵심 대책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계는 기간제 사용을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사용 사유 제한’ 법제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고용노동부는 28일 공공부문에서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계약 만료 시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기준 금액(254만5000원·전국 지방정부 생활임금 평균) 대비 수당 지급률을 올리는 구조다. 1~6개월 근무자에겐 지급률 10~9%를 차등 적용하고 7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근무자에게는 8.5%를 적용한다.
이번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했던 정책을 전국 공공부문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똑같은 조건이라면 비정규직 보수가 더 많아야 한다”며 공공부문부터 모범 사용자가 되겠다고 밝혀왔다. 고용 불안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대신 임금으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비정규직 프리미엄’ 개념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기도 하다.
노동계는 정책 방향에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기간제 감축’ 방안이 빠졌다고 짚었다. 민주노총은 “상시·지속 업무는 공무직으로 전환하고, 공공부문부터 사용 사유 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상시·지속업무임에도 기간제를 반복 사용하고 있는지를 전면 점검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공정수당 자체는 환영할 만하지만, 왜 공공부문에 기간제가 이토록 많은지 구조적 원인을 손대지 않았다는 게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마다 상시 업무의 정규직화를 얘기하지만 각 기관을 직접 통제할 수단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없다”며 “최소한 공공부문에서는 합리적 사유가 없는 한 기간제를 쓸 수 없도록 사용 사유 제한을 법령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 사유 제한’은 현행 제도와 정반대의 접근법이다. 현재는 기간제 고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일부 예외만 제한하는 반면, 사용 사유 제한은 법이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간제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내년 공정수당 지급액.
정부는 공정수당을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행한 뒤 민간으로 확산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아 실효성은 미지수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도 민간으로 확산하지 못했다”며 “민간으로의 파급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이번 정책이 ‘경기도 모델’에서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며 “기간제 채용이 만연한 사립대학 정도는 정책적으로 겨냥해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공정수당만 민간에 확산할 경우 단기계약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민간부문에 그대로 적용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자리를 수당을 조금 더 얹은 단기직으로 대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공정수당이 효과를 가지려면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채용 원칙, 사용자 부담을 높일 정도의 수당, 강력한 감독과 집행체계가 패키지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도 “기간제 채용 억제 효과를 내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되거나, 사용자가 단기 고용을 선택하는 게 정규직보다 실질적으로 더 비싸지는 수준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수당은 고용 불안을 금전으로 보상하는 사후 보완책 성격이 강한 만큼,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기 위한 규제·전환 정책과 결합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년 기간제법 개편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이 대통령이 “사실상 ‘2년 이상 고용 금지법’이 돼 버렸다”고 지적한 만큼 현행 2년 상한인 사용기간 연장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