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존중받는 느낌”
관리직들도 “효율적” 입 모아
“직장에서 이름으로 부르면 존중(Respect) 받는 느낌이 들어요. ‘야’라고 반말로 부르면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울산 자동차부품업체 덕산기업에 근무하는 산드라디씨가 말했다. 산드라디씨는 한국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다. 그는 “고향에서도 회사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전 울산 북구 테크노파크 자동차부품기술연구소 컨퍼런스홀에서 ‘2026 이주노동자 노동존중 캠페인-이주노동자에게 이름을 불러주세요’가 열렸다. 14개국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약 150명이 참석한 이날 캠페인은 울산 지역 50인 미만 사업장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기업에 비해 이주노동자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을 중심으로 이름 부르기 캠페인을 뿌리내리겠다는 의미다.
27일 울산 북구 테크노파크 자동차부품기술연구소에서 열린 ‘2026 이주노동자 노동존중 캠페인’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가리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준용 기자
행사 현장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이름으로 불렸을 때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울산 진성공업에서 일하는 부디씨(인도네시아)는 “이름으로 불렸을 때 기분이 좋다”며 “나이 많은 분이 ‘야’라고 하는 것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동료 아리프씨(인도네시아)도 “‘야’로 부르는 건 너무 싫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이름 대신 ‘야’로 불리기 일쑤다. 간혹 ‘파키스탄아’ 등과 같이 국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캠페인 진행을 맡은 ‘노동약자지원산업단 온(on)’ 소속 ‘여기우리’ 박기옥 대표는 “이주노동자 산업재해는 산재사망율이 내국인의 3.5배에 달하고, 산재사망자 10명 중 6명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소속”이라며 “이름 불러주기는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첫걸음이이자, 산재 예방을 위한 존중의 상징적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중소업체 관리직들도 이주노동자들 이름을 부르는 게 작업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레이저 금속가공업체 서창기업 김대경 부장은 “(이름을 부르면) 업무효율이 달라진다는 걸 체감한다”며 “손짓·발짓으로 부르거나 ‘야’ ‘여기’ 등 지시대명사로 불리면 이주노동자들도 기분이 상해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 다른 회사에서 일할 때는 이주노동자에게 욕을 하는 경우도 잦았다. 당연히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덕산기업 손영숙 대리도 “야, 라고 부르면 사실 누구를 부르는지도 모른다. 빠른 업무 처리에 오히려 좋지 않다”며 “외국인 이름이다보니 외우기 힘들 수 있지만, 4대보험을 등록할 때 쓰는 이름 기준으로 줄여서 부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울산 북구 테크노파크 자동차부품기술연구소에서 열린 ‘2026 이주노동자 노동존중 캠페인’에 참석한 필리핀 산드라디 씨가 동행한 직장동료 손영숙 대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준용 기자
이주노동자 이름불러주기 캠페인은 앞으로 광주, 제주, 경기 안산, 강원 강릉 등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겨울철 외투나눔과 젓가락질이 서툰 이를 위한 구내식당 포크 비치 운동도 추진된다.
고용노동부 류현철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산업도시 울산에서 시작한다는 게 상징성이 크고, 시민들에게 반향도 큰 캠페인”이라며 “작은 현장에서도 이주노동자 이름 부르기를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인권 개선을 위해 지난해 전남에서 시작한 이 캠페인은 올해 공공상생연대기금, 금융산업공익재단,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전태일재단 등 노동권익재단 4곳과 고용노동부가 지난 17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전국으로 확산한다.
27일 울산 북구 테크노파크 자동차부품기술연구소에서 열린 ‘2026 이주노동자 노동존중 캠페인’에 참석한 김두겸 울산시장과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 이주노동자 등이 안전모 조형물에 메시지를 적고 있다. 김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