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등 혐의를 받는 필라테스 강사 출신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왼쪽)가 29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안효빈 기자
남편을 통해 경찰에 향응을 제공해 자신의 사기 혐의 사건을 무마시킨 의혹을 받는 인플루언서 양정원씨가 29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이 무혐의로 종결한 이후 검찰이 다른 수사 도중 무마 의혹을 파악해 수사에 나서며 검·경 기싸움 소재로 비화한 모습이다.
양씨는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며 ‘수사를 무마하려고 남편이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온 양씨는 “억울한 부분을 꼭 밝히고 진실이 잘 밝혀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남편과 사건 수사에 대해 어떤 얘기를 나눴나’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양씨는 필라테스 학원 관련 가맹 사기 혐의를 받아왔다. 경찰은 이날 필라테스 업체 대표를 불러 양씨와 대질조사를 진행한다.
양씨 사건은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양씨는 프랜차이즈 필라테스 학원의 점주들로부터 가맹사기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고발됐다. 강남서 수사1·2과가 각각 동시에 양씨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1과는 그해 12월 양씨를 무혐의 처분했고 수사2과는 수사를 이어왔다.
금융범죄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그 과정에서 경찰이 관련된 양씨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포착하며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 사건 피의자인 이씨가 강남서 수사팀장인 A경감에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파악해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씨가 경찰청 소속 B경정으로부터 A경감을 소개받고 A씨에게 향응을 제공하며 양씨 사건의 수사 무마를 청탁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A경감이 수사 정보를 이씨 측에 건넨 것으로 보고 지난달 27일과 지난 9일 각각 강남서와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이씨는 지난 22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됐지만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A경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다.
양씨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양씨는 지난 2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맹 사업 사기와 수사 무마 청탁에 모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양씨가 학원 대표 측과 공모했다며 고소했지만, 양씨는 학원 광고 모델을 맡았을 뿐 사업 운영과 배우자 향응 제공 과정에 간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검·경 간 신경전 소재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청 해체로 신설될 공소청의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하자는 측은 경찰의 부실 수사 우려와 경찰 견제 필요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에 따라 보완수사는 불필요하다는 뜻을 밝혀왔다. 정부·여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 입법에 착수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강남서에서 잇따른 비위 의혹은 경찰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고 평가된다. 최근 연예인 박나래씨의 ‘주사 이모’ 논란을 수사하던 강남서 형사과장은 박씨 변호인 소속 법무법인으로 이직해 논란이 됐다. 강남서 경감급 간부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신고도 접수된 상태다. 경찰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지시에 따라 다음달 3일까지 내부에 비위 경보를 발령하고 특별 감사·감찰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