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프로포폴 98개·미다졸람 64개 등 횡령
의사, 재고 부족 인지 후 수량 맞추려 허위 보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서울의 한 내과의원에서 일하던 40대 간호조무사가 4개월에 걸쳐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등 수면마취제를 빼돌려 자택에서 투약하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의사는 부족해진 재고를 맞추려고 투약 내역을 허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서울 광진구 소재 내과의원에서 프로포폴 등을 빼돌려 상습 투약한 간호조무사 A씨와 투약 내역을 허위 보고한 내과의사 B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여서 형사처벌은 B씨에게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은 지난 1월 주사기를 손에 쥔 채 숨진 A씨가 자택에서 발견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건을 조사하던 서울광진경찰서는 주거지에서 프로포폴과 주사기 등을 확인하고,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A씨는 지난해 9월12일부터 지난 1월 중순까지 내시경 검사에 사용되는 약물을 실제 사용량보다 부풀려 보고하는 수법으로 프로포폴 98개와 미다졸람 64개 등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는 집에서 주사기 등을 이용해 약물을 불법 투약하다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A씨 주거지에서는 사용된 프로포폴 96개와 미다졸람 61개, 주사기와 주사침 등 투약 기구 132개가 발견됐다. 매일 프로포폴 약 1개, 미다졸람 약 0.5개를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 밖에도 A씨 자택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스테로이드제,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 전문의약품 138개가 확인됐다.
의사 B씨는 마약류의 불법 유출과 허위 보고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지만, 관련 업무를 모두 A씨에게 일임하는 등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가 의료용 마약류 투약으로 숨진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부족해진 재고를 맞추기 위해 마약류를 다른 환자들에게 투약한 것처럼 식약처에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취급자와 종사자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허위 보고하거나 불법 반출하는 행위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며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협업 수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