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 연미정에서 지난 2월5일 어린이들이 겨울방학 현장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학교 현장에서 소풍·수학여행이 줄어드는 현실을 지적하며 현장 체험학습 활성화를 주문한 이후, 교육계에서는 체험학습 위축의 원인과 해법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형사 책임 면책 범위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책임 경감에 대한 요구가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 면책을 강화하고, 체험학습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을 다음달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요새 학교에서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가고 그런다고 하는데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니냐”면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위험 또는 관리 책임을 부과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이런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 요원 보강, 추가 인력 채용 등으로 문제를 교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현장 체험학습 위축의 본질은 인력 부족이 아닌 교육활동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 개인에게 형사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에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해법 역시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면책 범위를 넓히는 데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9일 서울 종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체험학습이 사라지는 근본 원인은 안전요원의 유무나 숫자가 아니라 교사 개인에게 가혹한 형사 책임을 묻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육활동 관련 사고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면책하고, 교사에게 제기되는 소송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전적으로 질 것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전날 논평에서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현장 체험학습에 대한 명확한 안전 의무 기준을 법제화고, 안전 관리 책임은 별도의 인력에게 부과하는 체제로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며 “체험학습 등과 같은 교육활동과 관련해 소송 국가 책임제와 같은 실효적인 면책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현장 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서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소송 과정에서 교사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법률 대응 및 배상 등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어디까지 덜어주느냐에 있다. 면책 범위는 이미 한차례 확대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교직원과 보조 인력이 관리 지침에 따라 학생에 대한 안전 조치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교원단체들은 ‘안전 조치를 다한 경우’라는 요건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현경희 전교조 대변인은 “현행 안전 매뉴얼은 교사가 버스 타이어의 마모 상태까지 확인해야 할 정도로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교사의 고의·중과실로 발생한 사고는 형사 책임을 지도록 하되,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에 대해서는 면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면책 확대가 곧 과실에 대한 무조건적 책임 면제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까지 교사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인식”이라면서도 “사고가 났을 때 교사의 무조건적인 면책이 가능한지는 또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범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앞서 나온 사법적 판단과 현행법 등을 종합할 때 교사에 대한 면책 범위가 교원단체 주장대로 불분명한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판례 등 정확한 정보 위에서 논의해야 입법적인 대안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면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현장에서의 집행·운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경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선 시도교육청에서 과도한 안전 매뉴얼을 수정하고, 보조 인력 확충을 위한 예산 확대 등에 적극 나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