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와 BGF로지스가 29일 오전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단체합의서에 잠정 합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의 자회사 BGF로지스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29일 단체합의서에 잠정 합의했다. 원청인 BGF리테일과의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화물차에 치여 숨진 지 9일 만이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아 합의에 이른 건 다행이지만, 조합원이 죽거나 크게 다치는 등 불상사가 벌어져야 원청이 마지못해 교섭에 응하는 행태가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합의안에는 운송료 7% 인상, 기존 주 1회 유급휴무와 별개로 분기별 조합원 유급휴가 1회 추가 보장 등이 포함됐다. 사측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업무시간 외 집회·행사 참석 등 정당한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화물연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핵심 요구였던 노조 할 권리 보장과 휴가 대차비용 운임 보장 등 노동조건 개선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이 합의는 진주 등 전국 6개 권역에서 CU 편의점 배송 업무에 종사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적용된다.
양측의 교섭·합의는 지난달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이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린 첫 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틀 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한진은 화물연대 소속 택배기사들의 실질적 사용자이므로 노란봉투법 절차대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도 이번 합의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본다. BGF 측은 노조필증이 없는 화물연대는 법외노조여서 교섭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했는데, 이 논리가 깨진 셈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 합의는 원청이 마음먹기에 따라 하청노조와 얼마든 교섭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원청인 BGF리테일이 화물연대와 직접 교섭하지 않는 대신 BGF로지스·화물연대 간 합의사항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보장하는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한 게 한 예다. 그러자면 원청이 노란봉투법 취지에 따라 하청노조를 대화 상대로 일단 인정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사각지대에 있는 미조직 하청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지 않고 ‘직접적 고용관계가 아니어서 교섭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니 투쟁이 격렬해지고 노동자가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