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상산일출봉을 찾은 수학여행단. 지난해 전국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이 급감하면서 숙박형 수학여행이 사라질 위기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학교에서 소풍·수학여행 같은 단체활동이 위축된 것을 두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안전사고 책임 문제로 아예 화근이 되는 체험학습 자체를 없애는 풍조에 대해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면서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마련하란 취지다. 아이들은 교실에서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삶의 지혜를 터득한다. 교사뿐 아니라 학생을 위해서라도 소풍·수학여행 실종 사태를 막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선 학교의 부담감은 숫자로 드러난다. 경향신문이 분석한 전국 17곳 시도교육청 ‘수학여행 실시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6008곳(대구 제외) 중 수학여행을 간 학교는 2936곳(48.8%)에 그쳤다. 반면 중고등학교는 수학여행을 간 학교가 각각 68.1%, 85.9%로 초등학교에 비해 많았다. 교사들의 보살핌이 더 필요한 초등학교가 중고등학교에 비해 수학여행 포기 비율이 높은 것이다. 소풍을 가지 않는 학교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1일형 체험학습(소풍)은 2023년 98.8%에서 2025년 51.1%로 반토막 났다. 올해는 26% 수준으로 더 떨어졌다.
체험학습 기피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온전히 교사에게만 지우는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 교사들 사이에선 2022년 강원 속초에서 현장 체험학습 중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에 대해 인솔 교사에게 책임을 물어 금고형을 선고한 것을 계기로 체험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더 확산됐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 관련 법률을 개정해 ‘주의 의무를 다한 교사는 면책한다’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사고가 나면 교사들은 여전히 무고함을 증명해야 한다. 전교조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면책, 소송 국가책임제 등을 요구한 것도 그래서다. 교사가 소송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공포 탓에 현장학습은 기피 대상이 됐고, 결국 학교는 학생들을 교실 안에 묶어두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들에게 소풍과 수학여행의 소중한 기회를 돌려주는 일은 교사들이 부당한 고소·고발에 시달리지 않도록 법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교육부는 다음달 내놓을 보완 대책에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면책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야 한다. 행사 시 안전 전문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래야 교사가 사명감을 갖고 체험학습 지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