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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납치’라는 20년 된 유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입력 2026.04.29 20:13

수정 2026.04.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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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입시업계는 중앙대학교의 ‘CAU 수능 케어’를 둘러싸고 크게 술렁였다. 이는 수시모집 전형에 합격했더라도 수능 성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 수시 합격을 포기하고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수시 납치’를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교육부는 현행 법령에 어긋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고, 제도는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를 두고 지원율을 높이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수험생 친화적 발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 논란이 남긴 더 의미 있고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수시에 붙으면 정시에 갈 수 없도록 막아놓은 현행 규칙이 과연 지금도 정당하냐는 물음이다.

이 제도는 2002년 대입 개편 과정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교육당국은 수시 합격자가 등록을 포기하고 정시로 이동하면 중복지원과 허수지원이 늘고, 다른 수험생의 기회를 빼앗으며, 대학의 결원 보충 부담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입시 질서를 유지하고 혼란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도입 당시에는 분명 일정한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지금, 이 규칙은 질서 유지보다 수험생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수시에 붙으면 정시에 못 가는 것’을 ‘수시 납치’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시는 먼저 끝나고 정시는 나중에 오는데, 수시에서 한 번 합격하는 순간 정시 선택권은 사라진다. 학생 입장에서는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대학이 아니라 먼저 붙어버린 대학에 묶였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수능 전에 논술이나 면접을 치르고 합격했는데, 정작 수능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와 더 나은 대학에 갈 수 있어도 길이 막혀버리는 것이다. 제도 설계의 취지는 행정적 안정이었지만 학생이 체감하는 현실은 선택권의 봉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시 지원 시점에는 자신의 최종 수능 성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불안감 속에서 지원을 한다. 어디까지 써야 ‘납치’를 피할 수 있을지를 계산하며 입시 컨설팅과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된다. 대학 역시 이 구조를 활용해왔다.

특히 중위권 대학들은 수능 전에 합격자를 확정하거나 면접을 앞당겨 우수 학생이 정시에서 상위권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제도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대학의 학생 선점 도구로 변질된 셈이다. 더구나 오늘의 대입은 20년 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학생부, 논술, 면접, 수능, 각종 전형 요소가 얽힌 현실에서 한 번의 조기 합격만으로 이후 선택을 전면 차단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 제도가 학생을 관리하기 쉬운 방향으로만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목적이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넓히는 데 있다면, 입시 역시 그 가능성을 너무 이른 시점에 봉쇄하지 않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수생 증가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원치 않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입학 뒤에도 다시 대입(수능)을 준비하고, 대학은 중도 이탈과 결원 보충으로 학사 운영에 차질을 겪는다. 학생 개인에게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이고, 사회 전체로는 청년층의 진로 지연과 중복 교육비라는 손실로 이어진다. 혼란을 막겠다며 만든 제도가 오히려 더 큰 비효율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교육위원회가 논의 중인 수시·정시 통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수능을 먼저 치르고 점수를 확인한 뒤 학생부, 논술, 면접, 수능을 함께 반영해 같은 시기에 지원하도록 설계한다면 ‘수시 납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다만 통합이 가져올 수험생의 선택권 축소 및 심리적 부담 가중, 대학의 전형 운영 및 행정적 과부하, 사교육 의존도 심화 및 정보 격차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학생의 선택권을 살리면서도 학교 현장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입시 질서를 위해 학생의 선택권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20년 전의 명분이 오늘의 현실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대입 제도는 대학의 편의보다 학생의 합리적 선택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수시에 붙으면 정시에 못 간다’는 20년 된 유물을 이제는 다시 검토할 때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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