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5년 만에 ‘법인서 김범석으로’ 변경…쿠팡 “행정소송”
김범석 쿠팡Inc 의장
김유석 부사장 계열사 관여·고액 연봉…‘동일인 예외 요건’ 위배
당국, 김 의장 형사고발 가능성 높아…뒤늦은 지정엔 ‘뒷북’ 비판
한·미 통상 갈등 심화 우려 속 전문가들은 “정당한 법 집행” 평가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쿠팡 동일인(총수)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 지정한 데는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일인 변경으로 쿠팡은 앞으로 더 투명한 경영을 요구받게 된다.
일각에선 한·미 통상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내놓지만, 전문가들은 국내법상 원칙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날 동일인 변경의 핵심 근거가 된 김 부사장의 경영 참여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에서 배송캠프 관리 부문을 총괄하는 김 부사장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등을 불러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고, 물량 확대나 배송정책 변경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사장은 2021~2024년 쿠팡에서 140억원 상당의 보수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경영 참여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은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할 수 있는 ‘예외 요건’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특수관계인의 사익편취 우려가 없는 경우, 개인 대신 법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총수를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한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한 29일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들이 야적되어 있다. 연합뉴스
해당 규정은 2024년 쿠팡이 국내에서 주로 영업하면서도 다른 대기업과 달리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받아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논란 속에 마련됐다.
다른 대기업들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개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왔지만, 쿠팡은 2021년부터 줄곧 법인으로 분류됐다. 모회사인 쿠팡Inc가 미국 법인이고 김 의장 역시 미국 국적이란 점을 들어 공정위가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공정위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따랐다. 2024년에도 김 부사장의 경영 관여 의혹이 제기됐지만, 공정위는 쿠팡 측 자료를 근거로 법인 동일인 지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 청문회에서 김 부사장이 연봉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포함해 약 3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착수하는 등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공정위는 그간 쿠팡이 ‘김유석씨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점이 공시자료 허위 제출인지, 이에 대해 제재가 필요한지도 살펴보고 있다.
쿠팡이나 김 의장을 형사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김 의장은 그동안 공정위에 친족의 경영 참여가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쿠팡은 앞서 동일인 변경 전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은 동일인 변경 통보를 받은 뒤 동일인 판단 이의심의위원회까지 거쳤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법적 책임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 쿠팡이 공정위 발표 직후 곧장 행정소송을 예고한 이유다.
일각에선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이슈가 한·미 통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동안 쿠팡 측은 “제3국보다 미국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전문가들은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통상 문제를 우려해 공정위가 한발 물러설 경우 다국적 기업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국내 규제를 피해 미국에서 상장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