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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매년 3월 새학기에는 새 교과서를 받아보는 것도 설레는 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교과서를 4월에야 받아보곤 합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점자 교과서가 늦게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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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은 3월, 교과서는 4월에야?···자꾸 지각하는 이유가 뭘까

입력 2026.04.30 07:00

수정 2026.04.3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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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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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학생, 4월에야 교과서 받는다

장애인 교원도 점자 교과서 직접 제작

뒤늦게 ‘면피용 법’ 통과됐지만 실효성 없어

시각장애인 교사 김헌용씨가 수업을 위해 사용하는 점자 교과서. /성동훈 기자

시각장애인 교사 김헌용씨가 수업을 위해 사용하는 점자 교과서. /성동훈 기자

매년 3월 새학기에는 새 교과서를 받아보는 것도 설레는 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교과서를 4월에야 받아보곤 합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점자 교과서가 늦게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학습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너무 오래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점자 교과서는 왜 계속 지각 중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교과서가 지각하는 이유

시각장애 학생용 점자 교과서가 늦게 지급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국정교과서 외에 검·인정 교과서는 교육부가 2월에 최종 승인합니다. 교육부가 검·인정한 후 교과서 출판사가 인쇄를 시작합니다. 인쇄본이 확정된 후에야 점자 교과서 제작사가 파일을 전달받습니다.

초·중·고교 교과서는 모두 합치면 2000종류라고 하는데요. 학교별로, 과목별로 교과서가 모두 다르니 점역(글이나 그림을 점자로 바꾸는 것) 과정에 시간이 소요됩니다. 점역사들이 2~3월 밤샘 작업을 해도, 4월에야 교과서를 받아보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점역이 완료된 부분부터 교과서를 쪼개진 형태로 받아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풀이가 교과서 뒷부분에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급우들이 문제를 풀어보며 실력을 다지는 동안 시각장애 학생은 멀뚱멀뚱 있어야 합니다. 선행학습은 바랄 수도 없고 예습조차 사치입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이 만드는 교과서

“해마다 새학기가 되면 손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시각장애인의 부모들이다.” 2019년 경향신문의 어느 기사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시각장애인의 부모들이 자녀의 교과서와 문제집을 직접 점역하는 장면이 기사에 등장합니다. 7년 전부터도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교과서를 제때 받아보지 못하는 현실이 기사로 지적된 겁니다.

점역이란 수고롭고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활자만 점자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도형, 사진도 손으로 읽을 수 있게 변환해야 합니다. 감수에 활자 교과서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요. 분량도 불어납니다. 한 권의 수학 교과서를 점자 교과서로 바꾸면 5권 분량의 책이 됩니다.

교과서는 그나마 늦더라도 지급이 되지만 시판 문제집은 개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시중 문제집을 다양하게 풀어보고 싶은 시각장애 아이를 둔 부모는 일일이 타이핑을 해서 점자 문제집을 만듭니다.

장애인 교사도 ‘한땀 한땀’

“뽑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뭔가를 요구하기가 어려웠다. 허허벌판에 던져진 느낌이었다.”

김헌용 교사가 지난 2024년 4월19일 서울 강동구 신명중학교 영어교실에서 점자전용단말기로 작업을 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김헌용 교사가 지난 2024년 4월19일 서울 강동구 신명중학교 영어교실에서 점자전용단말기로 작업을 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교과서가 없는 답답함은 장애인 교원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2010년 교단에 선 시각장애인 교사 김헌용씨도 점자 교과서를 직접 점자도서관에 의뢰해 제작해야 했습니다. 텍스트를 점자로 변환해 주는 점자정보단말기가 지급되지 않아 개인이 알아서 마련했습니다. 2017년부터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점자 교과서를 제공해주기 전까지는 수업에 쓸 교과서와 지도서를 준비하느라 학기 초가 다 지나갔다고 합니다.

시각장애 선생님들도 시각장애 학생들처럼, 여전히 쪼개진 교과서로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과서가 없는데 1년치 교육과정과 평가계획은 제때 짤 수 있을까요? 시각장애인 교원들은 점자 교과서 검·인정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법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법으로 보장, 장애인용 교과서만 빼고

교과서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관리하기 위한 법률이 지난해 8월 마련됐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제29조에 ‘교과용 도서’ 조항을 신설한 법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장애인 학생 및 장애인 교원을 위한 교과서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장애 학생의 학습권은 반영하지 않은 입법으로, 위헌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에 같은 해 11월, 시각장애 학생·학부모 등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점자 교과서에도 법적 지위를 부여해서 제작·보급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라는 취지의 청구였습니다.

그러자 법 개정안이 부랴부랴 처리 수순을 밟습니다. 1년 넘게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헌법소원심판 청구 후 두 달 뒤부터 처리 절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지난 28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법안 논의가 시작된 후 3개월 만에 처리된 겁니다. 위헌 결정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입니다.

개정 법안은 이른바 ‘점자 교과서 제작 지연 방지법’이라고 명명됐습니다. 법안 내용을 보면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은 장애인 학생 및 장애인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가 점자 등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학기 시작 전 적시에 제작·보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적시’는 어느 때를 말하는 건지, 제때 제작·보급이 안되면 어떤 제재가 있는지는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강제성이 없고 ‘잘 하자’는 다짐을 추가한 정도인 이 법안에 진정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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