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증산 시사에 산유국 전략 주목
러시아 “산유국, 생산량 늘릴 수도”
중동 사태 이후 원유 수입 다변화
“사우디 패권 무시 못해” 신중론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2024년 11월에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사람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가 새겨진 설치물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탈퇴 선언을 계기로 OPEC 체제 균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산유국의 증산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입장에선 OPEC 회원국이 아닌 산유국과의 거래량을 점차 늘리는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 안정을 꾀할 필요가 커졌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전제로 “UAE의 OPEC 탈퇴 이후 산유국이 생산량을 늘려 향후 국제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OPEC+ 회원국인 러시아가 UAE의 OPEC 탈퇴에 대한 첫 반응으로 산유국의 증산을 언급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업계도 비슷하게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UAE 탈퇴로 OPEC의 원유 가격 통제력이 약해진 만큼 산유국에선 ‘많이 팔아서 이득을 남기자’라는 전략을 충분히 세울 수 있다”며 “미국 등 OPEC에 속하지 않은 산유국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원유 수입처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산유국 증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정부와 정유업계에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원유 수입처 다변화에 힘써왔다. 특히 OPEC 회원국이 아닌 산유국과의 거래가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중동 사태 이후인 올해 3월 미국 원유 수입량은 219만5228t으로 지난해 3월(123만6472t)보다 77.5% 늘었다. 호주 원유도 올해 3월 23만3367t을 수입했다. 지난해 3월엔 16만519t이었다.
지난해 3월 원유 수입 기록이 없는 에콰도르(33만869t)와 캐나다(8만4221t)와의 거래도 올해 3월엔 있었다. OPEC 회원국이지만 국내 정치 혼란으로 사실상 수입이 끊겼던 리비아(6만400t)와 적도기니(5만8292t) 원유도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재한 OPEC 패권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알자지라는 “OPEC은 과거 카타르, 인도네시아, 에콰도르, 앙골라 등의 탈퇴가 이어지는 어려운 시기에도 살아남았다”며 “영향력은 분명 줄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도 통화에서 “사우디와 UAE를 제외한 산유국에선 증산 가능한 물량이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까진 사실상 UAE만 증산을 위한 투자를 해왔다는 점에서 다른 산유국의 증산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나프타 수입처 다변화로 5월 나프타 확보 물량이 중동 전쟁 이전과 비교해 80~9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5월까지 하기로 했던 비축유 스와프 제도도 최대 7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비축유 스와프는 정유사가 호르무즈 해협발이 아닌 대체 원유를 확보하면 국내 운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정부가 먼저 비축유를 빌려주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