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도착, 미국과 정보공유가 일부 제한된 것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연일 논쟁의 중심에 서고 있다.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약칭 조선)으로 부르는 문제 등과 같이 대북정책 틀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의제를 잇달아 제기하면서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응해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란 긍정적 평가와 함께, 정 장관이 논쟁적 사안을 갈등을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꺼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선 호칭 문제와 관련해 “통일부 방침이 정해진 게 없다”고 재차 밝혔다. 이 사안은 정 장관이 지난달 25일 통일부·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학술토론회 개회사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고 한·조(한국·조선) 관계 표현을 쓰면서 촉발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남북회담장을 제외한 공식 외부행사에서 북한의 공식 국호를 호명한 첫 사례였다.
이후 학계를 중심으로 ‘조선 호칭이 남북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맞서며 논쟁이 이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 조선 호칭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만으로도 “정동영 장관을 경질해야 할 사유”라고 주장하면서 정치권 문제로도 번졌다. 통일부는 지난 28일 조선 국호 사용 쪽으로 방향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라며 “공론화를 거쳐 정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 호칭 문제 등을 두고 사회적 논의에 나서는 것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며 남북관계가 새 국면에 접어든 만큼, 이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통화에서 “현 상황에서 평화 공존을 이루려면 북한의 두 국가론과 남북은 특수관계라는 우리 입장 차를 좁혀가야 한다”며 “현실을 직시하는 차원에서 더욱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장관이 헌법 및 국내법 체계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고 진영 간 입장 차가 큰 사안을 갈등을 키우는 방식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일부가 공론화 차원에서 후원해 전날 열린 학술회의에서는 패널 8명 중 7명이 ‘조선’ 호칭 사용을 주장하며 한쪽으로 편중된 논의가 이뤄졌다. 정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먼저 조선 호칭을 사용한 뒤 공론화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도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는 결론을 정해놓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통일부가 탈북민 명칭을 북향민으로 바꿀 때도 정 장관이 “북향민이 지지가 많다”고 먼저 언급한 뒤 결정된 바 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에는 통일부 명칭을 한반도부, 남북관계부 등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공론화의 취지는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있는데 일방적인 면이 있어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