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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태원 상인의 죽음

입력 2026.04.30 18:03

수정 2026.04.3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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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10월28일  한 시민이 아이와 함께 이태원 ‘기억과 안전의 길’ 추모 공간을 걸어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10월28일 한 시민이 아이와 함께 이태원 ‘기억과 안전의 길’ 추모 공간을 걸어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2년 10월29일 당시 33세 A씨는 이태원 해밀톤호텔 부근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태원은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와 방역 지침이 완화된 이후 처음 맞는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순식간이었다. 인파에 밀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A씨는 가게를 뛰쳐나와 쓰러진 사람들을 옮겼다. 15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 이후 이태원 상권에 인적이 끊기자 A씨는 1년 뒤 주점을 닫고 다른 가게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무엇보다 그날의 충격과 고통이 그를 짓눌렀다. A씨는 지난 19일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어졌고 2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회적 참사는 생존자와 유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피해자들은 그날의 기억이 갈수록 뚜렷해진다고 한다. 내 잘못도 아닌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지 가슴속 응어리를 부여안고 버틸 수밖에 없다. 트라우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생존자들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참사 구조에 참여한 이들에게도 그 상처는 깊다.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던 소방관 두 명이 지난해 숨졌다. 우울감을 호소하고 장기간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극심한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참사 현장에 있었던 시민의 고통의 깊이는 남이 헤아릴 수 없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다행히 A씨는 지난해 9월 정부로부터 긴급 구조 활동과 신체적·정신적 피해 등을 인정받았으나, 정부의 지원이 그의 트라우마를 보듬기엔 역부족이었다. A씨의 죽음은 사회적 참사의 트라우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시스템이 여전히 미비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신체·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추적 연구도 내년에 비로소 시작된다고 한다.

A씨의 주검이 발견된 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누구나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인 ‘안전권’이 명시되고 피해자들의 치유와 보호를 위한 근거도 담겼다. 사회적 참사는 법 제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더욱 안전해지려면 참사를 기억하고, 피해자가 고통을 혼자 감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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