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폭동 현장을 촬영하다 기소된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30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폭동 현장을 촬영하다 재판에 넘겨진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씨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30일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감독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표현·예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판결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월19일 서울서부지법이 전 대통령 윤석열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지지자 수십명이 법원에 난입해 집기와 시설물을 파손했다. 검찰은 이들 중 63명을 기소했는데, 카메라를 들고 법원 경내에 들어간 정 감독도 포함됐다. 정 감독은 “현장 기록이 목적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1~3심 재판부는 일관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은 “정씨가 집회 참가자들과 동떨어져 촬영만 한 만큼 ‘다중의 위력’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서부지법 직원들 입장에선 정씨와 다른 피고인들의 청사 진입 간 차이를 분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다큐멘터리를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상물이나 기록물’로 정의한다. 사전적 정의에 비춰봐도 다큐멘터리의 생명은 ‘사실’에 있고 사실을 적확하게 담아내려면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1심 재판부는 “경내까지 진입하지 않더라도 다큐 제작에 필요한 영상은 어느 정도 촬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폭도들이 창문을 깨고 법원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를 목도하고도, 필요한 분량은 찍었다며 안전한 외부에 머물렀다면 그 사람을 다큐멘터리스트라 부를 수 있나.
법원 건물 내부까지 들어가 현장을 촬영한 JTBC 취재진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기자상도 수상했다. 저널리즘의 본질은 소속과 무관하다. 공익을 위해 사실을 보도했는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기소 단계에서 정 감독에 대해 오류를 저질렀다면 법원이 재판에서 바로잡았어야 옳다.
법원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역할,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본질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다. 정 감독은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재에서라도 판결이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저널리스트의 용기, 예술가의 분투는 ‘유죄’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