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1000원을 벌었다면, 사장이나 임직원, 주주는 대체 어떻게 나눠 가져야 맞을까, 또 미래 투자용 재원은 얼마를 남겨야 할까. 여기에 정답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보는 시선이 묘하다. ‘억대 연봉에 근무여건도 최고일 텐데, 굳이 파업까지?’라는 곱잖은 눈초리가 적잖다. 이에 언짢은 목소리들도 들린다. “하이닉스 수억원 성과급 받을 때는 ‘이공계가 살아야 한다’더니, 삼전 파업에는 욕만 달리네”…
나는 솔직히 파업 그 자체보다는 세간에 이목이 쏠리는 몇가지 주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더 궁금하다.
발단은 올 1분기 삼성전자(57조2000억원)와 SK하이닉스(37조6103억원)의 어마어마한 돈벌이다. 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은 무려 72%. 엔비디아(65%), TSMC(58%)조차 넘은 세계 신기록급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에 두 기업의 영업이익을 무려 542조원까지 내다봤다. 이는 어지간한 유럽이나 중남미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마저 넘는 규모다.
사실 반도체 경기는 수년 뒤 어찌 될지 모른다. 1994년 즈음 반도체 초호황으로 축배를 들었지만, 1997년 갑자기 D램값이 폭락해버렸다. 내가 담당하던 시절 하이닉스도 ‘고난의 행군’ 중이었다. ‘치킨게임’ 와중에 월급도 제대로 못 주고 투자에 허리띠를 졸라야 했다. 당시 터널을 지나온 직원들이라면 특별히 더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게 옳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확실한데, 직원 보상은 1등이 아니라면 누가 회사에 남아 있겠습니까.” 파업집회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 예전엔 ‘월화수목금금금’ 하며 일에만 몰두하면 알아서 승진이든, 연봉이든 챙겨준다고 믿고 따랐다. 그러나 MZ세대에겐 터무니없다. 요즘은 바로 다음달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태도로 임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성과급으로 1인당 6억~7억원도 가능하단다. 연봉 10억원 직원도 나올 수 있겠다. 의사 평균 수입(약 4억원)에 비춰, 국민경제 기여도를 감안하면 두 회사 직원은 꿀리지 않게 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들만의 밥그릇 챙기기로 끝난다면 어딘가 허전하다. 협력사들과도 이익을 적절히 배분한 뒤의 성과물인지도 따져보자. 비정규직과의 상생 등에도 더 관심을 보여달라면 과욕일까. 게다가 삼성전자는 동학개미 주주만 약 420만명인 ‘국민기업’이다. 배당과 주가 또한 중요 이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반도체 직원의 역사적 고액연봉이 ‘의대 쏠림 현상’에 일부 균열을 내려는 징조이다. 고3 등의 진로선택에서도 ‘이공계의 재발견’을 부르고 있단다.
1990년대 학번만 해도 ‘자연계 전교 1등=서울대 물리학과’는 국룰이었다. 고교 1년 때 내 짝꿍은 모의고사 전국 수석까지 찍은 수재다. 1학년 말에 총동문회에서 교무실로 전화가 왔다고 했다. “그놈은 서울법대 보내야 한다”며 인문계로 배정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걔는 과학도의 꿈을 좇아 물리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난 짝꿍이 자랑스러웠다.
그뿐인가. 의대나 ‘인서울’을 뒤로한 채 경북대 전자공학과 등을 택한 친구들도 수두룩하다. 그이들이 오늘날 K반도체를 일군 주인공이다.
부디 이번 고액 성과급 이슈가 유능한 후학들을 이공계로 이끄는 결실로 맺어지길 빈다. 인생 돌아보니 별것 없다. 하고픈 일을 하는 것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 돈맛만 알아서 ‘포르셰 911 GT3’ ‘람보르기니 레부엘토’ 탄다고 곧 인정받는 건 아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삼성전자 ‘실적 잔치 소란’에 훈수를 둔 모양이다. 그보다는 나라의 동량(棟梁)들을 어찌 대우하고, 키울지부터 모색하길 바란다. 국가에는 사회적 자원을 배분할 힘과 책임이 있다. 장학금 등 의대 지원은 대폭 없애라. 대신 이공계 인재는 돈 한 푼 걱정 없이 연구에 매진하게끔 팍팍 밀어주자.
AI 연산에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효과적이란 사실을 22년 전 처음 알아낸 이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오경수·정기철 숭실대 교수였다는 점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참과학자가 대우받지 못한 채, 돈벌이용 ‘미용공장들’부터 인재가 채워지는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예수를 참칭하는 어떤 이가 설쳐대는 ‘국제적 대혼돈의 시대’다. 난세에 우리가 이만큼 버티는 건 정유·화학부터 조선, 2차전지, 반도체까지 이공계 실력자들이 불철주야 애써온 덕 아닌가. ‘사회 혼란’ 운운하기 전, 이들이 제 몫을 받도록 만드는 게 정의다.
전병역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