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철폐를 위한 제20차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이 있었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사드가 들어간 진밭교 앞길을 변함없이 가득 메웠다. 사드가 들어간 2017년 4월26일과 9월7일, 완전무장한 1만여명의 경찰이 휘두른 무자비한 공권력으로 무너진 심신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사드 가야 평화 온다!”는 시민들의 함성이 골짜기 위의 사드기지로 뿌연 송홧가루를 헤치며 퍼져 올라갔다.
사드가 철수되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무엇보다도 거짓말이다. 당시 트럼프 정권은 세계의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한 오바마 정권의 재균형 정책을 계승했다. 미국의 2014년 ‘4개년 국방보고서’에선 사드가 포함된 미사일방어체계 등 첨단무기들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중국 또한 반(反)접근 전략을 펼치며, 동아시아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개발, 배치해나갔다. 사드체계의 일부인 X밴드 레이더는 2000㎞에 달하는 전진배치모드가 가능한 미국 정보망의 핵심 자산이다. 박근혜 정부의 권력 사유화와 북한의 핵실험·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의 전략을 이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사드가 미국 본토와 태평양 미군기지 방어용임은 이미 다 알려졌다. 사드가 대북용이라고 강변하던 정치인과 언론들은 알면서도 국민을 속였다.
둘째,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세례다. 미국은 이란을 침공하면서 제일 먼저 레이더를 파괴했다. 이란 또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비롯한 인접국가의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사드 레이더도 파괴되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소성리 사드를 가져다 중동에 배치했는지도 모른다. 작년 5월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했다. 그리고 “대만에서 전쟁이 나면 한국도 분명 영향권”이라거나 한국군의 역할 확대를 강조함으로써 유사시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전쟁에 휘말려들 가능성이 커졌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인 미셸 박 스틸 전 연방 하원의원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한국도 대만 방어에 동참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러면 감시의 눈이자 뇌인 레이더는 중국의 공격 제1목표가 되는 동시에 한반도는 전쟁터가 된다.
셋째, 사드 배치는 국내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 외교·경제에 타격을 줄 외국의 전략무기 배치에 관한 공식적인 합의사항도 없고 국회 동의조차 받지 않았다. 뒤바뀐 법적 절차인 졸속의 환경영향평가는 말할 나위도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주민들의 재산권은 물론 존엄권, 행복권, 환경권 등 기본권은 짓밟힌 지 오래됐다. 원불교의 종교성지에 전쟁무기를 들여놓아 신앙의 자유마저 박탈당했다. 중국 정부는 부지를 넘겨준 롯데에 보복해 자국 내 사업을 차단시켰다. 당시 한한령으로 국민들은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던가. 이를 초래한 미국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7년 3월, “사드는 중국의 해양진출을 분쇄하고 미국의 군사전략상 이익을 위한 것”인 동시에 “강대국의 이해가 충돌하는 전쟁터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국제공조를 무너뜨려 북한에 안보상 이익을 준다”며 해악인 사드 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굴종적 사고”라고 했다. 그렇다면 사드를 철폐해야 한다. 미국에 당당하게 철수를 요구해야 한다.
사드 철수는 유린된 국법의 정상화다. 또한 청일·러일전쟁, 6·25전쟁이 그랬듯이 강대국들이 이 땅을 전쟁터로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넓게는 동아시아의 긴장 완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무기로는 결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평화는 세계의 종교다. 그 누군들 이 종교의 신도가 아닐 수 있으랴. 한국은 세계평화의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 이 나라가 한류처럼 세계시민들이 순례하는 평화의 성지가 되는 것보다 더 축복받을 일이 있을까.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