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진흙 괴물에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글·그림 | 이현경 옮김
라임 | 56쪽 | 1만7800원
누구에게나 외면하고 싶은 마음의 표정이 있다. 짜증 내고, 미워하고, 토라지는 마음. 어둡고 뾰족한 그 마음은 모른 척할수록 더 크게 자란다.
유키도 그렇다. 수업이 끝나고 매일 데리러 오는 오빠는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다. 언제나 꼭 필요한 말만 하고 가방도 휙 빼앗듯 가져가니까. 후드 모자까지 푹 눌러쓴 채 저만치 앞서 걷는 오빠가 밉다. 유키는 홧김에 오빠가 맡긴 열쇠를 하수구에 던져버린다. 자신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란 유키는 열쇠를 찾아 하수구 아래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진흙 괴물을 만난다. 괴물은 유키에게 이곳이 네 집이라며 ‘제발’ 머물러 달라고 애원한다. 늘 ‘그만해’라는 말만 듣던 유키는 ‘제발’이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두려우면서도 어딘가 측은한 괴물이 자신과 닮은 것만 같다.
유키는 진흙 괴물을 따라 슬픔, 분노, 실망, 불안이 만들어 낸 지하 세계를 탐험한다. ‘짜증 쓰레기 박물관’에서 오빠의 노란 강아지 인형을 발견하기도 한다. 유키처럼 오빠도 마음의 밑바닥을 헤맨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수구 아래로 자신을 찾아온 오빠에게 ‘그냥 가’라고 말하자 오빠는 조그맣게 답한다. “…수업이 끝난 뒤 난 누굴 데리러 가지?!” 유키는 그제야 오빠의 진심을 알아차린다. 남매는 하수구 위로 향한다. 괴물은 ‘모두 다 나를 떠나버린다’며 엉엉 울어버린다. 유키는 괴물을 꼭 안아준다. 진흙처럼 붙은 어두운 마음을 홀로 두지 않겠다고 다독이듯이.
페이지를 가득 채운 배경과 인물의 클로즈업이 영화의 스토리보드처럼 교차되며 유키의 감정을 독자 앞에 바짝 당겨 놓는 듯한 긴장감을 만든다. 알레마냐의 그림은 유키가 지나가는 지하 세계를 오래 방치된 자기 내면의 풍경처럼 펼쳐 보인다. 미움인 줄 알았던 마음의 밑바닥에는 사실 사랑받고 싶은 작은 마음이 웅크리고 있었다.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안아주는 것. 자신과 마주할 용기는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