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팩터
벤야민 E. 힐비히·모르텐 모스하겐·잉고 제틀러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380쪽 | 2만1000원
일상적 경험, 뉴스, 역사적 사실 등 각종 경로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악한 행동’과 맞닥뜨린다. 그럴 때마다 드는 의문. 도대체 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한 과학적 대답이다. 악한 행동을 이해하려는 공통의 관심사로 엮인 심리학자 3명이 10년 넘는 시간 동안 25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연구해 악을 도덕적 관념이 아닌, 데이터와 통계의 영역에서 재구성했다. 한마디로 어떤 원인과 조건에 의해 ‘악한 행동’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지 이해를 돕는 설계도 같은 책이다.
악한 성격의 핵심과 본질은 ‘다크 팩터’라는 특정 인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다크 팩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타인의 희생을 통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일반적 성향이며, 여기에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신념이 동반된다. 그 신념은 객관적으로 옳다거나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남들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남들의 희생은 당연하다거나 어차피 세상은 위험한데 내가 먼저 공격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스스로 타당하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이코패스나 마키아벨리즘은 다크 팩터의 대표적인 성격적 특징이다. 예를 들어 복수를 할 때 사이코패스는 즉각적인 보복 경향을 보인다면 마키아벨리즘은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복수할 것인지를 먼저 숙고한다. 같은 다크 팩터를 갖고 있지만 이것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국적이나 세대, 성별, 지능, 교육 수준 등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고찰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다크 팩터가 높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더 우파에 위치하고 있다는 결과가 전 세계 30여 민주주의 국가에서 동일하게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도 눈길을 끈다.
다크 팩터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은 선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