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피해자
모함메드 엘쿠르드 지음 | 박종주 옮김
마티 | 272쪽 | 1만9000원
4월처럼 한국 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이 뜨겁게 호명된 달은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올린 영상과 글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하고 옥상에서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측은 즉각 반발하며 영상에 담긴 장면이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한 작전 중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2024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남성 시신 3구를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드러났으며, 이 대통령은 이를 정정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태”에 대한 비판을 꺾지 않았다.
이 ‘외교적 소동’은 팔레스타인인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포대에 담긴 것이 ‘어린이’라면 문제지만, 이스라엘이 주장하듯 “테러리스트”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스라엘 점령지인 예루살렘 출신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간성’을 박탈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인간으로 인정받으려면 서구가 정한 좁디좁은 ‘피해자성’을 내세워야 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팔레스타인인은 ‘피해자’ 아니면 ‘테러리스트’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으며, 세계는 팔레스타인인이 얼마나 무해하며 무력한지를 기준으로 피해자성을 인정한다. 영토를 박탈하고 가족들을 살해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을 드러내면 ‘테러리스트’로 분류되지만, 구호의 손길만을 기다리는 무력한 여성·어린이라면 ‘인간’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저항과 분노를 박탈당한 ‘완벽한 피해자’라는 진공 상태에 갇힌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인을 서구의 호감과 신뢰를 얻게 만들려는 이 시도를 ‘호소의 정치’라고 명명한다.
저자는 식민 논리를 내면화하고 ‘완벽한 피해자’ 역할을 수행하는 팔레스타인인들, 연대라는 이름으로 피해자상을 강조하는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이 같은 권력의 작동 방식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완벽한 피해자성’을 요구하는 현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세계의 모든 타자들을 대변하는 대명사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