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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수학여행, 누구의 탓일까…필요한 건 ‘근본적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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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한 초등교사는 경향신문에 "체험학습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생님들끼리 대화로 충분히 정해나갈 수도 있는데, 공문은 어떤 경우에도 체험학습은 안 된다고 선을 긋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원단체들로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에 섭섭함을 느끼는 것이죠.

이들은 교사가 안전 책임과 민원을 과도하게 부담하는 '진짜 원인'을 이 대통령이 짚어야 한다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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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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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수학여행, 누구의 탓일까…필요한 건 ‘근본적 질문’

입력 2026.05.01 07:00

  • 조해람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점(사실들): 대통령도 걱정한 ‘수학여행 실종’

선(맥락들): 위축되는 선생님들

면(관점들): 소풍 가는 길, 무섭지 않길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풍 온 학생들이 파란 하늘 아래에서 추억을 남기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풍 온 학생들이 파란 하늘 아래에서 추억을 남기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독자님은 수학여행의 추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불 꺼진 방에서 친구들과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불국사 앞에 길게 늘어선 번데기·소라 노점들도 기억에 선명하고요.

평생 가는 추억인 수학여행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교사의 과도한 안전 책임 부담, 일부의 극성 민원 등이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구더기 무서워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며 대책을 주문하면서 다시 논쟁이 커졌습니다. 수학여행을 원하는 학부모들은 대체로 이 말에 공감하지만, 교사들은 이 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해요.

수학여행이 사라진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 문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점선면이 들여다봅니다.

점(사실들): 대통령도 걱정한 ‘수학여행 실종’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요새 학교에서 소풍과 수학여행을 잘 안 간다고 하는데,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니냐”라고 물었습니다. 이어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위험, 관리 책임을 부과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며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비용을 지원해서 안전요원을 충분히 보강해 몇 명 더 데리고 가면 되지 않느냐”라고 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달 중에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했고요.

선(맥락들): 위축되는 선생님들

수학여행, 얼마나 줄었길래 이런 말이 나올까요? 경향신문은 지난달 20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수학여행 현황을 조사했어요. 조사 결과 대구를 제외한 전국 초등학교 6008곳 중 2936곳(48.8%)만 지난해에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절반 이상은 안 간 겁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정보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일선 교사들이 안전관리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게 수학여행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교사들은 2022년 11월 ‘속초 체험학습 사망 사고’가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합니다. 당시 강원 속초시에서 체험학습 중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졌는데, 1심 재판부는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어요.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맨 앞에서 인솔하면서 처음 한 번만 돌아본 게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한 건데요. 교사들은 잠깐이라도 주의를 팔았다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에 빠졌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도 교사들이 떠안아야 합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왜 2박3일을 안 가고 1박2일만 가느냐” “왜 제주도로 가지 않느냐”부터, “아이의 도시락을 싸달라” “장기자랑을 생중계해달라” 같은 무리한 민원도 있었습니다. 숙소나 식사가 부실하다는 민원이야 셀 수도 없고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교사들은 아예 밖에 나가지 않는 길을 택하게 됐죠. 지난해 11월 초등교사노조와 대한초등교사협회 등은 ‘교사에게 현장체험학습을 강요하지 말라’는 공문을 조합원들의 학교에 보냈어요. 답답한 분위기를 아쉬워하는 교사도 있습니다. 한 초등교사는 경향신문에 “체험학습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생님들끼리 대화로 충분히 정해나갈 수도 있는데, 공문은 어떤 경우에도 체험학습은 안 된다고 선을 긋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어요.

면(관점들): 소풍 가는 길, 무섭지 않길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원단체들로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에 섭섭함을 느끼는 것이죠. 이들은 교사가 안전 책임과 민원을 과도하게 부담하는 ‘진짜 원인’을 이 대통령이 짚어야 한다고 말해요.

제도 개선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교직원이나 보조인력이 지침에 따라 안전조치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근거를 마련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주의의무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비현실적이라고 말합니다. 현경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현행 매뉴얼은 교사가 버스 타이어의 마모 상태까지 확인해야 할 정도로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했어요.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안전요원 증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교원단체들은 말합니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안전요원이 있어도 실제로는 보조 인솔자 역할에 그치고, 사고가 나면 1차 책임은 교사가 지기 때문에 부담이 줄지 않는다”고 했어요.

아이들의 현장학습 기회를 빼앗지 않으면서, 교사들의 불안과 학부모의 걱정도 덜어줄 묘책이 필요합니다. 우선 다음달 보완책을 내놓는다는 교육부가 일선 교사와 학생·학부모, 전문가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들어야겠죠. 이재명 대통령도 어제(지난달 30일) “각계각층의 의견을 공개적 토론을 통해 수렴하고, 교사의 법률적 책임 및 면책 영역에 있어 불합리한 부담은 없는지 교육부와 법무부가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정부가 구체적이고 현명한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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