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즈커피의 ‘파인애플커피’, 메가커피의 ‘미숫커피’, 스타벅스의 ‘우디 카우보이 쿠키 콜드 브루’(사진 왼쪽부터).각사 제공
파인애플커피, 헛개수커피, 미숫커피, 땅콩버터커피, 슈크림커피, 피스타치오커피… 한국인의 커피가 끝없이 변주되고 있다. 과일을 넣고, 곡물을 섞고, 기능성 원료까지 더한다. 커피 한 잔에 낯선 조합을 더하는 실험이 이어지고, 그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공화국 안 한국 음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이색 커피의 여정을 따라가 봤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한국 커피 시장을 장악한 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커피 열풍의 원조는 사실 이색 커피다. 1970년대 동서식품이 커피·프림·설탕을 한 번에 섞은 ‘커피믹스’를 선보이며 한국 커피는 대중화의 길에 들어섰다. 최근 별세한 조필제 전 동서식품 부회장이 개발을 이끌었고, 이를 계기로 커피는 ‘간편하게 섞어 마시는 음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국 커피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전환점을 맞았다. 1999년 한국에 들어온 스타벅스는 커피 마시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고 일하는 ‘체류 공간’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 샷 추가, 시럽 같은 낯선 커피 용어들이 일상적인 주문 용어가 됐다. 아메리카노는 복잡한 메뉴들 사이에서 ‘무난하지만 확실한 한 잔’으로 자리 잡았다. 테이크아웃 컵을 손에 쥔 출근길 풍경 역시 이때부터 익숙해졌다.
이후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빠르게 매장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과 대용량 메뉴를 앞세우면서 커피는 하루에도 여러 잔 소비하는 ‘일상 음료’가 되었다. 소비의 문턱이 낮아지자 브랜드 간 차별화 경쟁이 본격화됐다. 커피 브랜드들은 ‘새로움’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끄는 건 한국인의 일상과 취향을 정조준한 색다른 커피의 등장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들이 커피에 녹아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컴포즈커피의 ‘파인애플커피’다. 쌉싸름한 커피에 파인애플의 상큼한 과육이 어우러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파인애플피자에 이어 이탈리아인들을 화나게 할 메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지만, 달콤하고 산뜻한 과일 풍미와 커피의 궁합이 의외로 좋다는 평도 이어지고 있다. 컴포즈커피 관계자는 “브라질·콜롬비아·에티오피아 원두를 블렌딩한 컴포즈만의 스페셜티 원두 비터홀릭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최적의 비율을 구현해 만든 음료”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커피 공식을 깬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메가MGC커피(메가커피)는 ‘헛개리카노’를 선보이며 기능성 음료 시장과 접점을 넓혔다. 숙취 해소 음료로 익숙한 헛개수에 아메리카노를 결합해 술자리로 지친 현대인의 컨디션을 책임지겠다는 의도다. 미숫가루를 활용한 ‘미숫커피’ 역시 한국인 취향 저격 커피다. 곡물 특유의 고소함과 포만감을 더해, 커피를 간단한 식사 대용 음료처럼 소비하려는 수요를 겨냥했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과 맛을 바탕으로 음료뿐 아니라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며 “저당 꿀배 XO 야쿠르트를 비롯해 1인 컵빙수, 양념 컵치킨, 김볶밥 등 간단한 한 끼부터 후식까지 메가커피에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메뉴의 스펙트럼을 넓힌 ‘원조’로는 스타벅스가 꼽힌다. 국내 커피업계에 ‘시즌 한정 음료’라는 소비 공식을 사실상 정착시켰다. 매년 봄 돌아오는 ‘슈크림 라떼’가 대표적이다. 2017년 첫 출시 이후 2024년 누적 판매량 2000만잔을 넘어섰다. 슈크림 라떼가 흥행하면서 시즌 메뉴 경쟁도 본격화됐다. 봄에는 크림, 여름에는 과일, 가을에는 밤·곡물, 겨울에는 초콜릿·디저트 계열 메뉴가 음료 시장 시즌 공식처럼 됐다. 최근에는 메뉴 경쟁이 음료 자체를 넘어 캐릭터·브랜드 협업으로까지 확장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봄 시즌 메뉴와 함께 영화 <토이스토리>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와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신규 음료는 통상 개발부터 출시까지 약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린다”며 “계절을 대표하는 식재료는 물론 지역의 역사와 상권 특성, 협업 브랜드의 스토리 등 다양한 요소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맛 평가와 소비자 조사 등 여러 검증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제 시즌 메뉴는 음료 출시를 넘어 콘텐츠 이벤트에 가까워졌다는 평도 나온다. 한국 커피 시장 경쟁은 해외와 비교해도 유독 빠르고 촘촘하다는 평가다.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시장을 넘어, 새로운 메뉴를 가장 먼저 시험하고 유행시키는 ‘시험대’에 가깝다는 것이다.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이희열 교수는 “이색 커피의 잇단 등장은 국내 소비시장의 속도감이 커피 산업에 옮겨온 결과”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