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 당국 긴급 출동·행사 중단
“의지대로 못 움직여” “숨도 못 쉴 정도”
‘돌발 행사’ 지자체 등 당국 관리강화 필요
지난 1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포켓몬스터 행사에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독자 제공
노동절 휴일인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포켓몬스터 행사’에 약 16만명이 몰려 경찰·소방이 긴급 출동하고 행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짧은 시간에 많은 인파가 밀집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펼쳐졌다. 지방자치단체와 등 관계 당국이 이러한 돌발성 행사에 대비해 강화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와 서울숲에서 열린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에 총 16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포켓몬코리아가 포켓몬 애니메이션 방영 30주년을 맞아 주최한 행사로 당일 한때 성수동 카페거리에 4만명, 서울숲에 12만명이 모였다.
성수동 일대 6개 장소에서 ‘스탬프’(도장)를 얻으면 증정품을 받을 수 있고, 서울숲에서 열린 서울정원박람회의 포켓몬 정원에서는 희귀한 ‘잉어킹 카드’를 얻을 수 있었다. 희귀 카드는 되팔 때 수십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젋은층을 중심으로 다수가 운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은 “인파 관리 인력이 없었고 위험한 상황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황정현씨(21)는 이날 통화에서 “오전 9시쯤 갔는데 새벽부터 줄을 서서 이미 팝업스토어 주변에 인파가 많았다”며 “오전 10시 정각이 되자 게임 서버가 폭파되며 사람들이 다급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참여자들이 대거 서울숲을 향해 뛰어가며 인파가 몰렸단 것이다.
이모씨(26)도 통화에서 “현장엔 안전 요원, 펜스, 안내판 등 아무것도 없었다”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여유 공간도 없고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처음으로 숨도 잘 안 쉬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행사 당일 경찰에 오전에만 50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서울청 기동대와 성동경찰서 등 경력 90명을 긴급 투입했고 서울시는 오전 11시쯤 행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오후 2시쯤 인파 해산 절차가 이뤄졌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1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포켓몬스터 행사에서 얻을 수 있는 희귀 카드를 재판매하는 당근마켓 게시물들. 독자 제공
다만 주최 측과 지자체, 경찰 등이 인파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최 측인 포켓몬코리아는 현장 통제 인력 31명을 포켓몬 정원에 배치했다. 현행 규정상 민간 주최 측이 인파 규모를 예측하고 안전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경찰과 소방은 주최 측에서 요구하면 관리를 지원한다. 경찰 측은 포켓몬코리아 측에서 사전 요구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와 경찰·소방 등 관계 당국의 안전관리계획 수립은 서울시 주관 정원박람회가 열린 서울숲 내 포켓몬 정원과 관련해서만 이뤄졌다. 성수동 일대의 포켓몬코리아 행사 전반의 경우 주최 측이 안전관리계획을 성동구에 제출하고 심의하는 과정이 없었다.
정부가 지난 3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당시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엄격한 인파 관리에 나선 상황과 대비된다. 노동절에 다수의 인파 밀집이 예상된 서울 도심 집회에도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경찰 다수가 배치되기도 했다.
최근 팝업스토어같이 예측 불가능한 인원이 모이는 ‘스팟성 행사’가 늘어나는 만큼 이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이달 가정의 달을 맞아 각종 행사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는 팝업스토어나 민간업체의 이벤트성 행사에 예측 불가능한 인파가 모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사전에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