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인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포켓몬스터 행사에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독자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캐릭터 피카츄는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그 귀여운 외양을 알 정도로 유명하다. 1996년 닌텐도 게임에서 시작된 포켓몬스터는 이듬해 만화가 방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치솟았다. 151가지로 시작한 포켓몬들은 진화와 변종을 거듭하며 현재 1025종으로 불어났다.
포켓몬 세상에서 ‘잉어킹’은 보잘것없는 존재다. 능력이라곤 ‘튀어오르기’뿐인데, 적에겐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다. 계속해서 튀어오르다 보면 강력한 용 ‘갸라도스’로 진화한다. 잉어킹 이야기는 낭만적인 성장담이다. 약자에서 강자로 변모하는 이 극적 서사는 팬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왔다. 그래서인지 해당 카드는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지난 1일 희소성 높은 ‘잉어킹’ 카드를 준다는 소식에 서울 성수동 일대가 아수라장이 된 모양이다. 포켓몬코리아가 포켓몬 탄생 30주년을 맞아 진행한 행사에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 문제로 행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온라인에선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메시지가 다수 올라왔고, 대기했던 일부 참가자들이 항의하면서 경찰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연휴를 맞아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 거라는 건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주최 측은 한정판 카드가 불러올 광풍을 알고도 사전 예약제 없이 현장 선착순을 강행했다. 기막힌 일이다.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들이길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다. 주최 측 안전 불감증에 더해 당국은 뭘 했느냐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밀의 위험을 안일하게 넘긴 대가를 우리 사회는 이태원 참사로 치렀다. 서울시도 ‘몰랐다’는 변명 대신 시민들의 흐름을 먼저 읽어내 ‘스폿성 행사’에 안전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잉어킹에 열광하는 건 희귀성이나 높은 리셀가 때문만은 아니다. ‘쓸모없다’는 조롱 섞인 의미를 더해 ‘잉여킹’이라 불리면서도, 갸라도스로 진화할 날을 꿈꾸며 꿋꿋이 튀어오르는 잉어킹에 자신을 투영하며 위로와 공감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팬심이 모인 자리가 안전 문제로 무산된 것은 아쉽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 이들이 안전하게 귀가하는 그 당연한 일상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