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목요일 오후를 비워뒀다. 각료를 만나거나 참모들과 일정을 소화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아직 만나본 적 없는 분야의 사람들을 불러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분야도 국적도 가리지 않았다. 오르반은 질문을 쏟아냈고 주로 들었다. 이 시간에 참석했던 한 교수에게 직접 전해 들은 얘기다.
16년 장기 집권하는 동안 오르반은 사법부를 길들이고 언론을 장악했다. 유럽연합은 그를 사실상의 독재자로 규정하며 자금을 끊었다. 헝가리 민주주의 지수는 해마다 미끄러졌다. 오르반이 무엇을 했는지는 기록이 말해준다. 그런 그가 올 4월 총선에서 졌다. 오르반의 16년 집권은 막을 내린다.
그 오르반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은 우상처럼 떠받들었다. 트럼프는 “탁월하고 강력한 지도자”라고 했고, 밴스는 오르반의 이민 정책과 엘리트 혐오 정치 언어를 미국 우파의 교본처럼 인용했다. 총선을 앞둔 두 달 동안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여러 차례 오르반 지지를 선언했고, 밴스는 지난달 직접 부다페스트까지 날아가 유세 집회에서 “빅토르 오르반을 재선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외쳤다.
그들이 오르반에게서 배우고 싶었던 것은 분명했다. 전권을 쥐고 행정명령으로 뜻한 대로 통치하며,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면서 권좌를 지키는 법, 그 기술이었다. 권력을 확대하고 반대 세력을 무력화하는 방식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목요일 오후의 얘기, 즉 낯선 목소리를 불러들여 듣는 습관은 배우지 않았다.
권력이 길어질수록 측근만 남는다. 정보는 좁아지고 판단은 굳는다. 오르반은 그나마 그것은 알았다. 그래서 매주 한 번씩 자신의 세계 바깥에 있는 사람을 불러들였다.
트럼프의 전임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 했다. 오바마는 회의 때 테이블 안쪽 핵심 인사들이 독점하는 발언 구조를 깨기 위해 끝에 앉은 보좌진을 지목해 의견을 구했다. 바이든 역시 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 일일브리핑(PDB)을 꼼꼼히 챙기고 후속 질문을 준비했다. 분석관이나 해당 분야 전문가가 동석해 현안을 더 깊이 검토했고, 새로 입수된 정보에 대해서도 그 자리에서 추가 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런 업무 방식은 그대로 이어졌다.
트럼프 1기 때 이 브리핑은 산발적이었다. 한 장짜리 개조식 정리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1기 임기 말에는 공개 일정에 브리핑이 한 차례도 잡히지 않은 기간도 있었다.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정보가 브리핑에 포함돼 있었지만 트럼프는 몰랐거나 묵인했다. 2기가 되자 경향은 짙어졌다. 이견을 낸 참모들은 떠났고 남은 이들은 고개를 먼저 끄덕이는 사람들이다.
트럼프는 듣지 않는 대신 쏟아낸다. 2025년 한 해 동안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은 6168개, 하루 평균 18개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세 시간 동안 158개를 연달아 올린 날도 있었다. 국내 모 기관은 사무실 TV 모니터를 CNN 같은 뉴스 채널 대신 트루스소셜에 연결해 놓는다고 한다. 트럼프의 다음 발언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이란 전쟁 이후 그의 메시지는 더 거칠어졌다. “48시간 안에 지옥 불이 쏟아진다” “문명 전체가 죽을 것이다” “꽉 막힌 돼지처럼 질식하고 있다”는 식이다.
언론사 전화도 직접 받는다. 미·이란 전쟁을 둘러싼 메시지는 매체마다 조금씩 달랐고, 같은 날 오전과 오후가 달랐다. 협상 중이라고 했다가 협상은 없다고 했다. 이란이 아직 합의하지 않은 내용을 기정사실처럼 여러 매체에 흘렸고, 이란 측은 “소셜미디어로 협상하며 합의하지 않은 사안에 서명한 것처럼 비쳤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측근들조차 익명으로 “대통령의 게시물이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세계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해석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다. 정보가 흘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말이 흘러나가는 것, 그것이 트럼프 백악관의 작동 방식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라도 했던 오르반도 역사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그런 시도조차 안 보인다. 부지런히 수입한 것은 오르반의 권력 기술이었고, 끝내 보이지 않는 것은 목요일 오후였다.
가장 강한 나라의 대통령이 가장 좁은 세계 안에서 가장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게는 트럼프가 아닌 전 세계가 짊어지고 있다.
박은경 국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