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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불러주고 남이 대신 받아 적은 유언…대법원 “효력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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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임종 직전 병상에서 남긴 구수증서 유언을 유언자가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다고 함부로 배제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B씨가 구수증서 유언을 남길만한 급박한 상황에 처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유언 목적인 3건의 예금채권 중 2개 계좌번호만을 기억에 의존해 어눌하게나마 말할 수 있었다"며 "이는 B씨가 유언 당시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사정일지언정, 건강 상태에 비추어 볼 때 스스로 유언의 전체 취지를 육성으로 녹음해 녹음 유언을 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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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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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불러주고 남이 대신 받아 적은 유언…대법원 “효력 인정해야”

입력 2026.05.04 14:17

  • 임현경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일러스트|NEWS IMAGE

일러스트|NEWS IMAGE

임종 직전 병상에서 남긴 구수증서(말을 타인이 받아 쓴 증서) 유언을 유언자가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다고 함부로 배제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고인 B씨는 2021년 4월 병실에서 이부형제 A씨와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전 재산을 A씨에게 증여한다’는 취지의 구수증서 유언을 남겼다. 당시 A씨는 B씨 말을 들은 뒤 유언을 받아적어 대신 낭독하고, 변호사가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영상 속 B씨는 산소호흡기를 찬 채 숨쉬기 어려운 상태에서 어눌한 발음으로 예금 채권 계좌번호 등을 겨우 말했다. B씨는 예금 채권이나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 일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액수 등 세부사항을 떠올려 말했다. B씨는 유언을 남긴 뒤 사흘 후 사망했다.

A씨는 유언일로부터 7일 뒤 서울가정법원에 유언 검인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우리은행은 B씨의 예금 채권 9600만원에 대해 “유언 효력이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2022년 8월 “유언에 따라 예금액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쟁점은 B씨가 남긴 구수증서 유언의 효력이었다. 구수증서 유언은 질병이나 급박한 사유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유언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구수증서 유언을 남길 때는 두 명 이상의 증인이 참여해야 하고, 유언자가 증인 한 명에게 유언을 말하면 이를 받아 적어 낭독한 뒤 유언자와 증인들이 모두 증서에 서명해야 한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총 5가지다.

1, 2심은 모두 B씨의 구수증서 유언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재산 상태와 재산을 물려주는 상황을 인지하고 말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보고, 녹음 등 다른 방식의 유언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녹화된 영상은 B씨가 성명과 시점 등을 말하지 않아 녹음 유언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B씨가 구수증서 유언을 남길만한 급박한 상황에 처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유언 목적인 3건의 예금채권 중 2개 계좌번호만을 기억에 의존해 어눌하게나마 말할 수 있었다”며 “이는 B씨가 유언 당시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사정일지언정, 건강 상태에 비추어 볼 때 스스로 유언의 전체 취지를 육성으로 녹음해 녹음 유언을 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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