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산모가 29주차 태아를 분만할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병원 간 고위험 산모 전원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이송되는 모습. 한수빈 기자
충북 청주의 한 산모가 임신 29주차 태아를 응급 분만할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으나, 끝내 태아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전원 과정에서 수용 가능한 병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이송이 지연되면서 지역 산과·소아과 인력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병원 간 고위험 산모 전원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4일 소방당국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한 산부인과에서 30대 산모 A씨의 태아 심박수가 떨어졌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임신 29주차로, 조산 우려로 입원 중이었다. 의료진은 태아 상태가 악화하자 119에 신고하고 충북·충남·대전·세종 지역 상급종합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소아과 전문의 부재나 산과 전문의 부족 등으로 수용이 불가능했다.
이후 119를 통해 부산 동아대병원이 수용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전원 요청 약 3시간 30분 만에 헬기로 이송이 이뤄졌다. 그러나 태아는 끝내 숨졌다.
전문가들은 산과·소아과 필수 인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상훈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는 “이런 경우 산과 전문의뿐 아니라 29주 미숙아 처치가 가능한 소아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는 병원을 찾아야 해 전원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필수의료 기피와 낮은 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병원 간 전원을 원활하게 하는 네트워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가 입원해 있던 병원 인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 권역 모자의료센터도 당시 산과 전문의가 1명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원은 도내에서 유일하게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고 당시 고위험 분만을 담당할 전문의가 부족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광주시응급의료지원단장)는 “산부인과뿐 아니라 대동맥박리, 중증 화상 등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질환은 전국 단위 이송이 빈번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지역 의료 자원 확충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병원 간 상황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이송 체계를 정비해서 최대한 빨리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중증·권역 모자의료센터,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신생아학회와 간담회를 열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다음 달부터는 산모·신생아 전원이 가능한 병원의 의료 인력과 장비 등 자원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신속하게 병원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병원 선정 이후 실제 이송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119구급대와의 협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번 안타까운 사고를 겪으신 임산부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 문제를 종합 검토하고 현장의 의견을 모아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고 임산부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분만하실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