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 시기와 절차를 더불어민주당에 맡기기로 하며 한발 물러선 가운데, 경향신문은 법안에 대한 정치학자 4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치학자들은 특검법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고유 권한인 사건의 유·무죄 판단 절차에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공소취소를 통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 원리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 구도로 제시된 ‘헌법 부정 세력 심판’이라는 의미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여론 악화를 의식해 속도 조절에 나선 데 대해 대체로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이 대통령이 특검법 추진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힌 것은 잘한 결정이다. 특검을 통해 검찰의 자의적 기소를 조사할 수 있지만, 공소취소까지 논의하는 것은 과도하다. 대한민국 헌법이 기초한 견제와 균형, 공화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응원봉 시위’ 이후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즉 헌법 세력을 정착시켜 나가는 데 무엇이 필요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민주당을 지지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반파시즘 전선이 승리하는가’다. 헌법을 부정하거나 내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세력을 철저히 퇴장시키고, 제대로 된 보수가 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 추진은 자칫하면 정권 심판론을 자극할 수 있다.
민주당 내 견제 세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김대중 정부 시절처럼 당과 청와대 내부에서 다양한 가치와 민주적 세력들이 공존하고 경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특검법 추진은 서울·대구·부산시장 선거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내란 프레임을 상쇄할 수 있는 좋은 빌미를 만났다. ‘윤어게인 공천’ 논란 등 기존 쟁점을 흐리는 효과도 있다. 중도층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핵심은 특검에 대통령 사건에 대한 공소를 사실상 취소할 권한을 준 것이다.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대통령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떨어진 것도 특검법 추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중도층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의식한 민주당 의원들의 과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따를 수 있다.
민주당이 굳이 선거를 앞두고 상당히 쟁점이 큰 법안을 통과시킬까. 발의는 했지만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
■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
“특검법이 나쁜 전례를 만들어 상대 진영이 나중에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다. 특검이 임명권자에 대한 사건에서 공소취소까지 할 수 있게 되면, 향후 다른 권력자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이 입법·사법·행정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에 정치적인 정당성을 부여한 모양새가 됐다.”
“이번 사안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유권자들은 공소취소 같은 법적 쟁점을 세밀하게 따지기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의 프레임을 통해 사안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중도층이 변수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지도부는 반사이익을 동원할 여력이 부족하다. 결국 여당의 이런 무리수가 가능한 것도 지금 야당이 약하기 때문이다.”
■ 이준한 인천대 교수
“수사를 받고 기소된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클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이후, 그것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렇게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서는 어떻게 비칠지 우려된다. 지금은 대통령 임기 초이고 경제와 외교 등 중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정 전반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논쟁적인 법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해야 한다. 선거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