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월 13일 제3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27년 이후 의대 증원분 전체를 ‘지역의사제’ 정원으로 적용하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충북 청주의 30대 임신부가 응급수술 병원을 찾지 못해 태아를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조산 증세의 임신부가 응급실을 헤매다 쌍둥이 중 한 명을 잃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벌어진 비극이다. 정부가 올해 저출생 극복에 역대 최대 규모인 28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현실은 필수의료 안전망의 붕괴로 태아의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으로 필수 진료과를 폐쇄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거점병원조차 산부인과 지원자가 없는 지역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지난 1일 밤 29주차 임신부의 태아 심박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전국의 상급의료기관 41곳에 상황을 전달했으나 “전문의와 신생아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당했다. 임신부는 119 신고 뒤 3시간30분이 지나서야 헬기로 부산 동아대병원에 이송됐으나 태아는 끝내 숨졌다. 거점 국립대병원인 충북대병원조차 산과 전문의가 1명뿐이라 야간·휴일 대응이 불가능했고, 충청권 모자의료센터 3곳도 전문의 부재로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사건은 필수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낸다. 병원은 운영할수록 적자가 쌓이고, 의료진은 형사처벌과 거액의 배상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사명감으로 버티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산과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고액 배상 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등 보완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응급의료 컨트롤타워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호남과 인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구급대와 산모가 개별 병원에 수용 여부를 묻거나, 의료진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실정이다. 중앙과 지역을 잇는 이송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니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3일 산모·신생아 이송병원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거주 지역에 따라 임신부와 태아의 생사가 갈리는 나라에 어떤 미래가 있겠는가. 어느 지역에 살건 ‘안심하고 아이를 낳는 사회’를 만들어야 저출생도 지역소멸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분만 취약지의 의료 손실을 국가가 책임지는 ‘필수의료 준공영제’와 ‘공공산부인과’ 도입, 저출생 예산을 분만 현장에 우선 배정하는 대책들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지역에서도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 지역균형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