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기념일이 많다. 대통령령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기념일만 11개에 달한다. 노동절(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동학농민혁명기념일(11일), 스승의날·세종대왕나신날(15일), 5·18민주화운동기념일(18일), 부부의날(21일), 성년의날(셋째 월요일), 우주항공의날(27일), 바다의날(31일). 가까운 가족부터 가장 멀게 느껴지는 우주까지 모두 5월에 기념한다.
5월 기념일의 첫 번째인 노동절은 올해부터 이름이 바뀌었다. 아니 정확히는 복원됐다. 1886년 5월1일 미국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벌인 파업이 노동절의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조선노동연맹회가 1923년부터 5월1일을 노동절로 기념했다. 1958년 대한노총 창립일인 3월10일로 날짜가 변경됐고, 1963년부터는 ‘근로자의날’이 됐다. 1994년 날짜만 5월1일로 복원됐다.
노동절 복원을 담은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0월 정부는 “땀의 가치를 되새기고 기릴 수 있는 공휴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후속 조치로 올해부터 공무원도 공식적으로 노동절에 쉰다.
노동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달. 최근 노동·산업계 가장 큰 이슈는 삼성전자의 파업이다. 노조가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위원장이 해외로 휴가를 갔다,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의 탈퇴로 노노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등 각종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노동자가 노동 조건 향상을 위해 단체행동을 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다.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문제가 될 여지는 없다.
파업이 한국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된다. 삼성전자 주주 여부를 떠나 자국에서 가장 큰 기업이 망하는 걸 바라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파업을 예고하고 결의대회 등에 참가한 노동자 중에도 삼성전자가 망하길 바라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설령 파업으로 이어져 생산에 일부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노사가 협력한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대전환 시대. 노사 관계도 시대 변화에 따른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사용자 입장에서 노동자를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로 하루빨리 대체해 파업 없는 경영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자와 협업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피지컬 AI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AI를 학습시킬 노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수의 제조 강국 중에서도 한국이 피지컬 AI 예비 강국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뛰어난 노동자와 그들이 축적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가 수많은 노동자를 대체하는 시대는 언젠가는 올 것이다. 이때는 ‘인류의날’ 또는 ‘인간의날’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가치를 되새기고 기릴 수 있는 기념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5월은 기념일이 이미 가득해 5월 중 하루로 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AI에게 적합한 날을 골라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이 기념일 취지와는 어긋나는 방법인 것 같다.
김경학 산업부 차장